[콘텐츠칼럼]게임에 대한 낙인,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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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래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정책 국장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질병분류(ICD) 11차 개정판인 ICD-11에서 게임 과몰입과 관련해 '게임 장애' 질병 코드 신설을 예고했다. WHO가 올해 총회에서 이를 다루지 않기로 했지만 여전히 이 사안은 진행형이다. 국내에 적용되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는 통상 ICD를 토대로 제정된다. ICD-11 논의 결과에 따라 게임 장애가 우리나라에서 공식 질환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다.

게임 본래 속성은 재미를 추구하며, 이 과정에서 '대결'과 '경쟁'을 중심에 두고 있다. 이들 요소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인간 공통 관심사인 동시에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우리가 게임 콘텐츠에 몰입하는 이유다.

각자 성향이 다른 만큼 개인 간에도 게임 몰입도가 다르다. 일상 속에서 남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여가로 즐기는 이용자가 있고,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서 빠져드는 이용자도 있다.

이는 문화 콘텐츠 향유 관점에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하고 영향력 있는 문화 콘텐츠인 영화도, 음악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사실에도 유독 게임에만 엄격한 사회 잣대가 작용한다. 실제로 게임 외 다른 콘텐츠를 즐기는 이에게는 과몰입 대신 '마니아'라는 이름으로 나름의 전문성까지 인정되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사회 문제'와 맞닥뜨렸을 때 대처하는 방법은 보통 두 가지로 축약된다.

문제 원인이 무엇이고 그에 따르는 결과에 주목해서 근본 해결책을 찾는 것이 첫 번째다.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정 측면만을 보고 그것이 모든 문제 원인과 결과인 것처럼 낙인찍어 사회에서 배제하는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는 것이 두 번째다. 게임을 사회 문제 원인으로 낙인찍어 배제하는 시도는 후자의 방법이다.

게임 장애가 정신 질환으로 분류될 경우 게임이 유해하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확산될 것이다. 이는 게임에 결정타인 '낙인'을 찍는 것과 같다. 단편 사례로 현재도 진행형인 셧다운제를 들 수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실시한 '2017 게임 이용자 실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가운데 7명은 현재 게임을 이용하고 있다.

WHO 계획대로라면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가 잠재된 정신 질환자가 된다. 특히 우리의 미래인 아동이나 청소년에게 정신 질환자라는 낙인이 가져올 부작용이 크게 우려된다.

진학 과정에서 불리함과 병역 면제 사유 악용, 취업 시 감점 요소 등을 대표로 들 수 있다. 참고로 게임은 TV, 인터넷과 함께 우리 국민의 3대 여가 문화(2016 국민여가활동조사, 한국문화관광연구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산업 측면에서는 지난해 기준 국내 콘텐츠 산업 수출 55.8%(2018년 콘텐츠산업 전망 보고서, 한국콘텐츠진흥원) 비중을 차지하며 국가 경제에 기여한 게임 산업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게임에 대한 부정 인식 확산으로 투자와 우수 인재 영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이는 곧 고용 시장 축소로 이어질 수 있어 일거리 창출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게임은 문화콘텐츠 차원에서 재미의 요소이자 표현의 영역에도 몸을 담고 있다. 이를 간섭하고 제한하는 것은 곧 표현의 영역을 침해하는 처사다. 비슷한 예로 만약 영화가 문제 된다면 영화를 못 보게 할 것인지 묻고 싶다.

한발 물러나서 게임 콘텐츠가 과몰입을 유발한다 하더라도 여기에 질병코드를 부여하는 것은 근본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 오히려 게임 장애 측정 방식과 치유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콘텐츠 향유 및 산업 성장만 억누른 채 사회 혼란만 가중될 것이다.

일부 문제가 있다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근해서 함께 해결할 수 있는 합리 타당한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적어도 문화 콘텐츠를 질병으로 분류하고 통제하는 방식은 우리가 찾는 문제 해결 방법이 아니라고 믿는다.

조현래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정책 국장 hyunrae@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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