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 예타 제도 시행, R&D 적시성·전문성 기대

정부가 대형 국가 연구개발(R&D) 사업 병목으로 작용하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를 개선, 17일부터 시행한다. 애써 기획한 사업 예타가 길어지면서 시기를 놓치거나 의미가 퇴색하는 사례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예타는 국가 재정이 500억원 이상 투입되는 사업에 대해 정부가 타당성을 사전 평가하는 제도다. 기재부가 국가 R&D 예타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위탁한다. 지난 1월 국가재정법 개정에 따른 후속 조치다. 과기정통부는 새 제도 시행으로 1년 이상 걸리던 예타 기간을 6개월 이내로 줄인다. 대형 R&D 사업 병목이던 늑장 예타가 해소돼 적시성이 높아진다.

혁신 R&D는 시기가 민감하다. 결정이 늦어지면 그만큼 효과가 반감한다. 개선된 새 예타 제도 시행으로 그동안 비용·편익 중심 경제 논리 때문에 시작도 못한 기초연구 사업이 예타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 제도는 당장의 경제성보다 잠재성을 높이 평가한다. R&D 예타의 과학기술 전문성 강화, 운영 유연성과 투명성 향상, 도전 혁신 R&D 투자 집행도 기대된다. 소관 부처가 R&D 예타를 수행하는 것도 긍정적이다. 과기정통부는 R&D 사업 유형별로 예타 항목별 가중치를 차별화하기로 하는 등 전문성을 높인다. 예타 전 단계인 기술성 평가를 간소화하고, 예타와 연계를 강화한다. R&D 사업 기획 후 예타 통과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여 사업 적시성을 높인다.

투명성과 유연성도 확대된다. 국가 R&D 사업은 민간이 하기 어려운, 실패 가능성은 높아도 꼭 필요한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과제 실패 시 책임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 평가 선정 단계에서 투명성이 필요하다. 또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한 적시성과 연구자를 배려한 유연성도 중요하다.

굳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미 국가 R&D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과감하고 빠른 투자로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불필요한 시간 낭비로 골드타임을 놓쳐선 안 되기 때문이다. 새 예타 제도가 국가 R&D 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로 작용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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