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 산업계 패닉

작업환경측정보고서의 외부 공개 여부로 첨단 기술 유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여당이 아예 법으로 정보 공개를 명시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첨단 기업의 안전보건 자료를 완전 공개하거나 공개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전면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복수의 여당 국회의원들도 비슷한 법안을 잇달아 발의했다. 산업계의 우려를 무시하고 법으로 정보 공개를 강제하겠다는 것이다.

본지가 산안법 개정안을 분석한 결과 모든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고용부에 제출하고, 고용부는 제출받은 자료를 전산으로 공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이 문서로 어떤 물질을 누구로부터 받아서 쓰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물질 혁신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첨단 부품소재업계에서는 외부 유출이 있어서는 안 되는 정보다.

산안법이 통과하면 전 세계의 모든 경쟁사가 클릭 몇 번으로 국내 산업계의 신물질 정보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며 업계는 초긴장에 들어갔다. 듣도 보도 못한 입법 사례라는 것이 업계와 전문가 반응이다. 산안법 개정안은 기존의 산업기술유출방지법 제정 의도와도 상충한다. 미국은 산업계 스스로 영업 비밀 여부를 판단하고 사업주와 근로자 간 분쟁이 발생했을 때만 공개 여부에 관한 심사 과정을 거친다. 정보 유출을 피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선진국 사례가 즐비함에도 정부와 여당은 굳이 산업계 규제를 늘리는 선택을 강제하는 셈이다.

산업계는 패닉에 빠졌다. 산안법 전부개정안은 제조업계 전반에 걸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해외 기업이 국내 제조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할 만한 사안이다. 제조업계는 이럴 바에야 이런 법이 없는 외국으로 첨단 공장을 이전하는 게 낫다고 격앙돼 있다.

통상 법 개정안을 내놓을 때는 각계의 의견을 듣는다. 입이 있어도 말을 못하는 산업계 분위기와 어렵게 말해도 들으려 하지 않는 정부.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 산업 지형에서 제조업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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