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입원·알레르기 검진 등 의료서비스에 대해 주 정부가 가격을 정하도록 하는 법안이 제출됐다. 치솟는 의료비를 줄이자는 취지다. 하지만 병원과 의료인 단체는 급진적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9일(현지시간) AP통신은 캘리포니아 주의회에 주 정부가 의료비 전반을 통제하도록 하는 법안이 제출됐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법안 제출은 미국에서 처음이다.
법안에 따르면 주지사와 의회 지도자가 임명한 위원회가 신체검사부터 알레르기 검진, 심장 우회 수술까지 모든 비용을 책정한다. 각 서비스 가격은 메디케어(65세 이상 노년층에 제공되는 의료지원) 요율과 연계한다. 병원이나 의사는 특수한 환경일 때 주 정부 요율보다 더 높은 요율을 받을 수 있는 절차도 마련한다.
회사 고용자가 제공하거나 개인이 가입하는 민간보험에까지 영향을 주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의료 산업을 바꿔놓을 수 있는 것이라고 AP는 전했다.
법안을 마련한 애시 칼라 민주당 의원 “지금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의료 비용은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수십 년간 의료비 지출은 인플레이션·급여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미국인은 다른 선진국 국민보다 많은 의료비를 부담한다.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의료서비스 제공업자는 가격 통제로 의사를 다른 주로 옮겨가게 하거나 은퇴로 내몰아 의료서비스가 저하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병원은 직원을 해고하거나 일부는 아예 문을 닫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의사협회(CMA)는 이 법안이 '급진적'이라며 소비자 선택권을 줄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어도어 메이저 CMA 회장은 성명을 통해 “미국 어느 주도 의료보건 서비스 전반에 걸쳐 융통성 없고 입증되지 않은 정책을 시도한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노조연합체 캘리포니아노동연합(CLF)은 “상승하는 의료비용에 쓰는 모든 돈은 노동자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라면서 “이것은 우리 급여를 앗아가면서 소득 불평등을 증대하는 만큼 기본적으로 공정성에 관한 문제”라고 말했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