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동으로 물이 줄줄 새어 나온다. 이리저리 막아도 끊임없이 물이 터져 나온다. 목이 마른다고 폭포수에 물독을 대니 성할 리 없다. 물독 곳곳에 금이 가고 있다.
최저 임금 인상과 근로 시간 단축 등 노동 현안에 대응하는 중소벤처기업부를 바라보며 떠오른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의 혁신 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출범한 중기부의 걸음은 이미 꼬인 듯하다.
최저 임금 인상에 따르는 보완책으로 내놓은 일자리 창출자금 투입, 상가임대차법 시행령 개정 등 각종 후속 대책에도 곳곳에서 문제가 이어진다. 갑작스런 최저 임금 인상이 가져올 파급을 미처 예상하지 못한 탓이다.
당정협의에서 발표한 중소기업 납품 단가 현실화 방안에서는 중기부의 '땜질 행정'이 여실히 드러난다. 공공조달 시장의 납품 단가에 최저 임금 인상분을 즉각 반영하고, 원가 3% 변동 시 장기 계약 가격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런 정책의 변화가 가져올 실질 효과와 추가 비용 분석은 어디에도 없다.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3조9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의결했다. 3조9000억원 가운데 상당 금액이 내일채움공제 등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의 소득과 주거, 자산 형성 지원에 쓰인다.
추가 고용 창출을 위해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며 국회에 손을 내밀어야 하는 상황에서 정작 자금을 집행할 중기부는 새로운 정책에 비용이 얼마나 더 필요한 지 파악도 못하고 일을 벌였다.
중기부 안팎에서는 “아직도 중기부가 장관급 중앙부처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끊이질 않는다. 정책 기획 능력 없이 단순히 정책 집행에만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달청이 담당 부처여서 정확한 집계를 못 냈다”는 변명은 중소벤처기업 컨트롤타워가 되겠다던 중기부가 할 말이 아니다.
컨트롤타워가 하는 일은 단순히 가야 할 방향 제시뿐만이 아니다. 항공기가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하는 일을 비롯해 이·착륙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살펴야 하는 공항 관제탑이다. 드넓은 공터에 홀로 우뚝 솟아서 높은 곳만을 바라보라고 만들어 둔 자리가 아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