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균으로 대표되는 프로바이오틱스가 전성기를 맞았다. 장에 좋다는 이유로 꾸준히 섭취했던 유산균 음료에서 확장돼 건강기능식품, 뷰티제품, 의약품까지 이르렀다. 우리 몸에 존재하는 미생물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은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 중 하나다.
프로바이오틱스 산업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비만, 당뇨, 아토피부터 각종 암과 치매까지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기업은 앞 다퉈 기술 확보에 뛰어든다. 전통 발효식품을 자주 섭취했던 우리나라는 프로바이오틱스 강국으로 발돋움하는데 훌륭한 요건을 갖췄다. 정부는 연구개발(R&D)을 본격화하고 기업은 투자를 확대한다. 시장 선점 경쟁이 뜨거운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 경쟁력은 미약하다. 바이오헬스 강국을 이끌 무기로 '균(菌)'을 활용해야 한다.
◇'야쿠르트'가 촉발한 유산균 붐, '신바이오틱스'로 발전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는 체내에서 건강에 도움을 주는 살아있는 균을 의미한다. 어원을 해석하면 '생명을 위해'라는 뜻이다. '생명에 반대해'라는 어원의 항생제(antibiotics)와 반대된다.
프로바이오틱스가 대중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일본 건강 음료 '야쿠르트'였다. 1930년대 일본 미생물학자 시로타 박사는 위산에 내성을 가진 '락토바실러스 카제이'라는 균주를 발견했다. 이 균주를 활용한 게 야쿠르트다. 일본 야쿠르트는 세계에서 매년 120억병 이상 음료와 유산균 제품을 판매한다.
최근 '프리바이오틱스' 개념도 등장했다. 프리바이오틱스는 프로바이오틱스 먹이가 되는 영양분이다. 장내 프로바이오틱스를 활성화해 기능을 극대화한다. 미국·유럽 등에서 연구가 활성화된다.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를 함께 섭취하는 '신바이오틱스' 개념까지 등장했다. 장내 미생물총을 종합 관리해 프로바이오틱스 기능을 극대화한다.
◇장 건강부터 천식·암까지…질병치료 첨병
프로바이오틱스와 같은 의미로 쓰이던 유산균은 현대 과학이 발달하기 이전부터 발효식품에 활용됐다. △식품 발효로 보존성 향상 △식품 풍미 증진 △미생물 억제로 건강증진 △인체 유용 물질 합성 등으로 확대됐다.
유용성은 과학으로 입증됐다. '프로바이오틱스 분야 현주소'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몸 속 장에는 100조개가 넘는 장내 세균이 서식한다. 음식물 소화와 영양분 흡수를 돕고, 감염을 억제한다. 부패물질, 발암물질, 독소를 생산해 노화를 촉진하거나 질병을 야기하는 유해균도 있다.
유익균은 병원성 세균이 소화관 상피에 부착하는 것을 억제해 질병을 막는다. 병원성 미생물과 장내 유해균을 죽인다. 유산균이 생산한 유산과 초산은 장 운동을 증가시켜 변비를 치료한다.
면역력 증진에 효과가 높다. 병원균을 감지하는 대식세포를 활성화해 세균과 바이러스를 감지하고 인테페론을 생산해 면역력을 증진한다. 대표 면역질환 아토피도 유산균과 연관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비피도팍테리움 롱검, 락토바실러스 아시도필루스는 콜레스테롤 감소효과가 높다. 비만은 물론 혈중 고콜레스테롤에 의한 심장병, 동맥경화증, 고혈압, 뇌졸중 예방에 좋다.
유산균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부분은 로타바이러스성 설사 항생제 관련 설사 유당불내증 유아 식이성 알러지 정장작용 등이다. 인슐린 저항성 증후군 제2형 당뇨병 비알코올성 지방간 과민성 대장염 크론병, 아토피성 알러지, 호흡기 감염증, 항암 등이 임상시험 중이다.
최근 천식 치료에도 활용한다. 2016년 영국 연구팀은 살아있는 미생물이 호흡기 질환에 중요한 면역 기능과 알러지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같은 해 11월 영국 옥스포드대학 연구진은 장내 미생물과 두뇌 사이 의사소통 조절로 정신질환을 치료하고 인지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동물실험에서 장내 미생물총이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에 영향을 미쳐 학습과 기억능력에 연결된 뇌 유래 신경영향 인자를 증가시킨다고 보고했다.
장성재 한국원자력의학원 선임 연구원은 “장내 면역기능이 다양한 질병과 연관성이 규명되면서 프로바이오틱스 연구가 활성화됐다”면서 “미국·유럽·일본 등에서 임상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인데 우리나라도 장 건강은 물론 천식, 알레르기, 치매 등 여러 질병과 연관성 규명은 물론 상품화도 활발해 주목받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36조원 세계시장, 바이오헬스 파급효과 막대
세계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은 2015년 기준 약 36조원으로 추정된다. 2020년까지 약 52조원까지 성장한다. 미국 시장에서는 연평균 14.2% 성장세를 기록, 가장 가파르게 성장하는 분야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야쿠르트를 필두로 쎌바이오텍, CJ제일제당, 일동제약 등이 프로바이오틱스를 이용한 건강기능 식품을 생산한다. 국내 프로바이오틱스 기업은 93개다. 총 1812개 제품을 허가 받아 제품을 판매한다. 상당수 기업이 원료를 수입해 단순 유통한다. 독자 균주 확보와 가공, 과학적 검증 등이 확대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력 확보는 어렵다.
프로바이오틱스를 포함한 미생물 가치는 건강기능식품에 머무르지 않고 뷰티제품, 신약, 서비스 등으로 확대될 때 성공 가능성이 높다. 유산균이 생산하는 '박테리오신'은 피부 모낭충을 포함해 여드름균, 잡균 번식을 억제한다. 화장품 업계는 유산균 생성물을 활용한 제품 개발이나 피부에 존재하는 미생물을 분석해 맞춤형 화장품을 만든다. 미국·유럽 등에서는 면역질환, 뇌심혈관 질환, 대사질환, 암 등을 대상으로 신약도 개발한다. 인체 이로운 미생물을 활성화해 질병을 치유하는 방향이다. 몸 속 미생물 상태를 분석하는 서비스, 이로운 유익균을 늘리는 식품까지 확대하면 부가가치는 높다.
◇'스타트' 끊은 K-마이크로바이옴, 규제 정비 절실
인체 미생물 유전자를 분석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은 바이오 영역에서도 가장 주목 받는다. 유익균과 유해균이 생성되는 원리나 질병과 연관성을 분석하는데 도움을 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6년 △한국인 장내 미생물 뱅킹 기술 개발·촉진 사업 △인체 공생 세균 유래 물질 기반 면역·대사성 질환 제어 기술 △천연물 장내균총 상호작용 기반 류머티즘 관절염 제어 기술 개발 등을 추진했다. 작년에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규 파마바이오틱스 실용화, 프로바이오틱스 발굴 시스템 개발 등 57억원을 투입했다. 올해도 91억원을 투입해 만성간질환 치료제 개발 등 신약과 인프라, 실용화 기술 확보에 나선다.
글로벌 경쟁력 확보는 미지수다. 세계 인체 미생물 영역은 R&D 단계다. 상용화 단계까지 누가 먼저 오는지에 따라 글로벌 시장 주도권이 결정된다. R&D에서 상용화로 넘어가는데 중요한 것은 인허가다. 마이크로바이옴 등을 활용한 의약품, 서비스 등의 인허가 사례와 가이드라인이 전무하다. 기업이 상용화를 위해 참고할 레퍼런스가 전혀 없다.
장 선임연구원은 “1990년대 우리나라도 미생물을 이용한 연구가 활발했지만, 국가 과학기술 R&D 방향이 바뀌면서 관련 전문가가 사라졌다”면서 “미생물 확보, 배양 등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연구자가 기피하고 정부 투자가 줄어든 게 경쟁력 하락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김윤근 MD헬스케어 대표는 “세계 각 기업이 R&D 단계를 넘어 상용화 시점에 이르렀지만, 우리나라는 인허가 가이드라인이 없다”면서 “비즈니스 최종 관문인 인허가가 불확실하면서 자칫 세계 시장에 뒤처지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