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다음주 유럽에서 현대모비스와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엇와 현대모비스는 현대자동차그룹 출자구조개편에 대한 추가 조치를 논의할 전망이다.
6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엘리엇은 오는 9~11일 유럽에서 열리는 '현대모비스 해외 주요 기관투자가 대상 기업설명회(IR)'에서 현대차그룹 분합합병 주요 내용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엘리엇과 현대모비스 측에서 누가 참석해서,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에 대한 구체적인 것은 알려지지 않았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유럽 투자 설명회는 앞서 공시를 통해 해외 IR 일정에 대해 알린 내용”이라며 “투자자들의 개별 일정에 대해서는 일일이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정확한 사안은 확인이 안된다”고 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엘리엇이 이번 IR에서 현대차그룹 출차구조개편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했다. 엘리엇은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 등 현대차그룹 3개 계열사의 지분 1조원 이상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율이 5% 이상이면 공시 의무가 발생한다. 그러나 공시 대상에 엘리엇이 포함되지는 않아 3개 회사 보유 지분율은 각 5% 미만으로 추정된다.
지난 3일 엘리엇 계열 투자 자문사 엘리엇어드바이저스홍콩은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에 10억달러(약 1조500억원) 규모의 보통주를 소유한 주요주주로서 현대차그룹이 개선, 지속 가능한 기업 구조를 향한 첫발을 내디딘 점은 환영한다”면서 “회사와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인을 위한 추가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입장을 밝혔다.
엘리엇 측은 이번 출자구조개편에서 현대차그룹 계열사별 △기업 경영 구조 개선 △자본 관리 최적화 △주주 환원 달성 계획 등 더욱 자세한 로드맵을 공유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와 같은 엘리엇의 행보는 2015년 6월 삼성 기습 때와 흡사한 방식이다. 표면적으로는 현대차그룹 지배 구조 개편에는 환영한다는 뜻을 보였지만 다른 속내가 있다는 관측이 분분하다.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흡수합병 당시 합병 비율을 문제 삼아 소송전을 불사하던 엘리엇은 외국계 투기 자본이다. 고수익을 목표로 한 만큼 현대모비스의 일부 사업부 분할·합병 과정에서 손해가 우려된다고 판단하면 경영 간섭에 나설 가능성이 짙다. 이 과정에서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에 배당성향 확대 등 주주 수익 제고 방안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임시 주주총회는 5월 29일로 예정돼 있다. 합병은 주총의 특별결의 사항으로서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으로 통과된다. 현대모비스 주주(보통주) 구성은 지난해 말 기준 기아차 16.88%, 정몽구 현대차 회장 6.96%, 현대제철 5.66%, 현대글로비스 0.67%, 자기주식 2.72%, 기타 주주 67.11% 등으로 돼 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