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 산업 10년 주기설에 따라 1990년대 개인용컴퓨터(PC), 2000년대 인터넷, 2010년대 모바일이 산업 전반에 걸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다가오는 2020년에는 5세대(5G) 이동통신이 전 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예고하듯 지난 2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8'에서는 글로벌 통신 관련 기업들의 다양한 5G 활용 사례가 제시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글로벌 통신사와 장비 제조사가 5G 신기술을 선보였다. 올해는 중국 중소 제조업체까지 다양한 5G 솔루션과 장비를 내놓았다. ICT 기업의 생존을 위한 절실함이 느껴진다.
통신사뿐만 아니라 전사자원관리(ERP) 전문 기업 SAP와 소프트웨어(SW) 시장으로 전환한 휴렛팩커드(HP)를 비롯해 인텔, 퀄컴, 도이치텔레콤, 화웨이 등 글로벌 ICT 기업들이 5G 시장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연을 펼쳤다.
오렌지텔레컴은 채팅-음성 인식 은행 업무, 360도 라이브 스트리밍을 하는 5G 기술을 전시했다. 도이치텔레콤은 5G를 활용한 보안 솔루션, 항공 네트워크 솔루션 등 향상된 5G 기술 경험을 제공했다. SAP는 커넥티드카를 선보이는 등 첨단 솔루션 및 서비스로 이목을 끌었다.
시장조사업체 위아소셜에 따르면 이통 가입자 수 비중은 2015년 세계 인구의 51%에서 2016년 66%, 2017년 68%로 확연히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그만큼 이통 가입자가 포화 상태에 있다는 방증이다.
이통은 1세대부터 부분 업그레이드 또는 네트워크 장비 교체 수준에서 4세대까지 발전했지만 5G 기술은 업그레이드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기존 인프라를 교체해야 하는 데다 네트워크 구성과 서비스 형태, 심지어 단말기까지 전면 교체가 필요하다. 사업자 입장에서 5G 기술은 새로운 매력 시장으로 여겨지고 있다. 또 시장 관점에서 볼 때 전 세계에서 생성되고 저장되는 데이터는 기하급수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초연결·초고속·초저지연이 특징인 5G 기술은 교통 통신, 물류, 의학 등 전 분야에서 엄청난 변화의 동인이 되고 있다.
이처럼 5G 기술은 이통 분야 포화, 엄청난 장비 교체 수요, 커다란 사회 변화 동인 측면에서 새로운 지각 변동을 예고한다.
이러한 ICT 대변동 시대에 우리나라가 5G 시대 글로벌 ICT 산업을 리드하기 위해서는 '5G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 5G 시대가 열어 갈 인공지능(AI), 스마트시티 등 생태계가 필요하다. 정부, 기업, 최종 소비자가 참여하는 생태계가 돼야 한다.
정부는 규제 완화, 법·제도 개선, 대규모 인프라 투자, 인력 양성, 표준화 등을 담당하고 대·중·소 상생 협력을 통한 플랫폼 사업자가 자리를 잡아야 한다. 그 플랫폼 위에 수많은 혁신 및 창의 중소벤처기업(서드파티)이 참여하며, 최종 소비자가 ICT 서비스를 누리는 형태로 하는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정부의 또 다른 역할은 플랫폼 사업자와 중소벤처기업 간 룰이 공정하게 지켜지는지, 중소벤처기업이 최종 소비자와 서비스 규칙은 준수하는지를 검토하는 것이다.
인터넷 시대에는 우리나라가 인터넷 강국으로 평가받았지만 모바일 시대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5G 시대에 다시 ICT 강국으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투자, 생태계 복원, 인력 양성 등이 시급하다.
정용환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부회장 chyh@kai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