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과 프로게이머 사이 실력 차이가 적다는 것은 양날의 검이다. 대중 참여도를 높이기에 쉽지만 스포츠 산업에서는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스타크래프트' 같은 전략게임에서 프로게이머는 분당명령수(APM)가 300~400을 오가는 반면, 일반인은 100을 넘기 힘들다. e스포츠가 신체 전체를 써서 하는 격렬한 운동은 아니지만 체육으로 인정받는 이유 중 하나다.
낮은 난이도는 중계 화면을 다양하게 꾸미기 어려운 문제로 이어진다. 모바일게임 e스포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조작한다.
PC컴퓨터를 앞에 놓고 하는 e스포츠는 선수 표정이나 움직임, 제스처 등을 세밀하게 잡아낼 수 있지만, 모바일게임 플레이는 상대적으로 제한된 화면을 잡아야 한다.
이 같은 문제는 결국 박진감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낳는다. e스포츠 방송 관계자는 “모바일 e스포츠는 콘텐츠 자체도 PC에 비해 높지 않은데다 선수를 잡는 화면도 차별화 하기 어렵다”면서 “대결이 이뤄지는 현장 분위기를 띄우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PC·콘솔게임에 비해 적은 규모의 기업 스폰서, 상금과 맞물려 모바일 e스포츠 전체 활기를 축소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기존 e스포츠에 비해 '마이너 한'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자본 투입이 더 이뤄져야 한다. 슈퍼셀은 지난해 영국에서 열린 '클래시 로얄 크라운 챔피언십 글로벌 시리즈'에서 무대 바닥 전면을 디스플레이로 깔아 상황에 따른 대결 구도를 연출했다.
출전 선수들이 중앙에 모이면 외길 다리만 남기고 주변을 다 무너뜨리는 식으로 긴장감을 조성했다. 해설자마저도 “e스포츠에서 전대미문 연출”이라고 평가했다. 연출은 부수적인 요소라는 의견도 나온다. 모바일 e스포츠를 운영하는 게임사 관계자는 “결국 경기 내용 자체가 재미있어야지 시청자가 만족할 수 있다”면서 “모바일 디바이스 발전과 더불어 현재 한계로 지적되는 문제는 점차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기기 사양이 높아지며 다룰 수 있는 콘텐츠 폭이 넓어지고 난이도 격차, 게임 퀄리티, 중계 방식이 점점 PC와 비슷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 진짜 문제는 돈 지불하면 이기는 '페이투윈' 구조 비즈니스모델(BM)
모바일e스포츠 재미를 반감시키는 가장 큰 이유는 대부분 모바일게임이 비용을 지불하면 유리한 구조로 비즈니스모델(BM)을 설계하는 것이 꼽힌다. '페이투윈(Pay to Win)'이다.
처음부터 돈을 내고 게임을 사는 일부 유료 게임을 제외하면 대부분 모바일 게임은 다운로드는 무료로 제공하고 게임 편의성과 캐릭터 성장에 걸리는 시간 단축을 위해 게임 안에서 아이템을 사는 구조다.
물론 이런 게임도 e스포츠에서는 선수가 동등한 조건에서 대결할 수 있도록 판을 조정한다. 실제 게이머들이 하는 게임에 존재하는 대결 콘텐츠도 비슷한 레벨 이용자끼리 시합을 매칭해 이런 간극을 최대한 줄인다.
하지만 메인 콘텐츠가 그동안 돈을 누가 더 많이 썼는지에 따라 유불리가 가려지는 구조는 '공정함'을 강조해야하는 스포츠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다. 실제 게임에서 불리함을 느낀 이용자가 해당 게임 e스포츠에 몰입하기는 어렵다.
모바일에 앞서 스포츠화 기반을 다진 PC·콘솔 업계는 두뇌와 손 빠르기에서 승패가 갈리는 전략(RTS), 슈팅, 레이싱 장르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세계적인 스포츠 종목으로 성장한 '스타크래프트'는 패키지를 판매하는 유료게임이고, 리그오브레전드는 경기에 영향력을 미치는 아이템은 판매하지 않는다. 이들은 국내에서 주로 PC방 업주들을 상대로 한 전용 상품을 통해 돈을 번다.
PC방 같은 오프라인 중개업소가 필요 없는 모바일 게임은 PC·콘솔 업계에 비해 유료화 선택지가 적다.
모바일게임에서도 최근 페이투윈을 배제한 사례가 나왔다. 핀란드 개발사 크리티컬포스가 만든 모바일 슈팅게임 '크리티컬옵스'는 처음부터 모바일 e스포츠를 노리고 페이투윈 과금 구조를 최소화 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크리티컬 옵스는 2016년부터 토너먼트를 운영해 현재 60개 팀이 경쟁 중이다.
이 게임은 국내에서 NHN엔터테인먼트가 퍼블리싱할 계획이다. 정우진 NHN엔터테인먼트 대표는 2월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크리티컬옵스는 글로벌 e스포츠 시장 확대 기회를 보는 중”이라면서 “2018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e스포츠에 적합한 게임으로 이끌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