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원소'는 미래 인류 이야기를 그린 SF영화다. 지구를 구할 5개 원소를 둘러싸고 인간과 우주 해적의 암투 과정을 담았다. 1997년에 제작됐지만 영화 속 배경은 2259년이다. 상상 속 미래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도심 빌딩 사이를 유유히 나는 모습은 명장면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20여년 전 영화 속 교통수단으로 등장한 '하늘을 나는 자동차(플라잉카)'가 실생활에 밀접하게 들어올 날이 머지않았다고 본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는 세계 개인 비행체(PAV) 시장이 2030년 약 25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플라잉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정보통신기술(ICT) 업체와 자동차 제조사간 경쟁도 뜨겁다. 차세대 운송 수단 패러다임 변화에 선제 대응이다.
미국 자동차 제조사 샘슨모터스는 상반기 세계 처음으로 플라잉 스포츠카를 시판하겠다고 공언했다. '스위치블레이드'로 명명된 플라잉카는 지상에서 시속 200㎞까지 주행 가능하며, 고도 1만3000피트 상공에서 최고 시속 720㎞로 비행한다.
네덜란드 업체 PAL-V는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에서 자체 개발한 플라잉카 '기버티'를 공개했다. 지상에서 운행할 때 헬리콥터형 날개가 접히고, 공중에서 비행할 때는 날개가 펴지는 방식이다. 하늘에서는 최대 500㎞까지 운행 가능하다. 2020년 출시를 목표로 예약판매도 개시했다.
토요타는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 이전 플라잉카 개발을 완료, 날아오르는 차를 통해 올림픽 성화 점화를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일본 벤처기업 카티베이터에 4억3000만원을 투자, 기술 협업이 한창이다. 구글이 투자한 스타트업 키티호크는 자체 개발한 1인승 플라잉카로 4.5미터 상공에서 5분간 시험비행에 성공해 주목받았다.
우버와 포르쉐는 10년 안에 각각 비행 택시와 플라잉카를 선보이겠다고 공언했다.
플라잉카 기술 개발이 속도를 낸다 하더라도 정식 상용화까지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는 의견도 많다.
자동차 제조사가 개발 중인 플라잉카 가격은 최소 3억~6억원 수준이다. 웬만한 자동차 10배가 훌쩍 넘는 금액이다. 소비자가 구입할 수 있는 합리적 가격이 제시돼야 플라잉카 대중화가 실현될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플라잉카가 상용화되기 이전 별도의 교통 법규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플라잉카를 운전하려면 기존 운면먼허증 외 조종 면허가 필요한데, 면허 발급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교통 법규 마련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봤을 교통수단이다. 교통체증으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는 하늘을 가로질러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경험도 갖고 있을 것이다.
플라잉카가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다가오고 있다는 점은 분명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철저한 준비 없이 맞이한다면 그만큼 안전에 대한 부작용도 클 것이라는 우려를 잊지 말아야 한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