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국내 병원도 VR 기술 응용 치료·교육 늘어, 식약처 가이드라인 만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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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에서는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해 환자 재활치료를 돕는다.

가상현실(VR) 응용 분야로 의료가 뜨면서 제도 정비도 요구된다. 전통 의료와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활용한 신의료 기술이 접목되면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현재 국내외 병원에서 다양한 치료 목적으로 VR를 활용하고 있다.

보건의료 분야는 만성질환 환자 증가, 인구 고령화, 전문 인력 부족 등 문제를 해결하고 헬스케어 효율화를 위해 VR 제품과 서비스 채택이 늘고 있다. VR·증강현실(AR) 시장에서는 보건 의료 부문이 항공 우주, 소비자, 상업용 애플리케이션(앱), 엔터프라이즈 솔루션과 함께 주요 응용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보건의료 영역이 전체 VR·AR 시장의 17%를 차지한다. 메디컬 VR·AR 기술이 이미 수술, 심리 치료, 재활 훈련, 의료 수련 등과 같은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는 등 가까운 장래에 새 응용 분야로의 확대가 예상된다.

의료 교육에서는 활용 빈도가 높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35년까지 세계에서 1290만명의 의료 인력 부족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가까운 미래에 젊은 인력의 의료계 진출 증가, 시뮬레이션을 통해 교육 효과를 높이려는 의대와 시중 병원의 VR 시스템 수요가 증가한다. 국내에서는 이에 앞서 분당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국내 상급 종합병원들도 VR를 활용해 교육과 수술 등에 활용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 2015년부터 VR 교육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대형 병원이 VR를 도입, 치료하는 사례도 늘었다. 분당차병원 재활의학센터는 뇌졸중이나 사고로 신체 일부가 마비된 환자의 머리에 VR 기기를 착용해서 바다 속을 돌아다니는 물고기를 손으로 잡게 하는 방식으로 재활 치료를 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상현실클리닉은 인지행동장애, 조현병, 알코올 중독, 각종 공포증 등의 질환 치료에 VR를 활용하고 있다. 가천대길병원 가상현실치료센터도 각종 중독, 공포증 등을 VR 활용을 통해 치료한다.

삼성서울병원은 환자와 내원객이 낯선 병원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도록 주요 시설을 둘러보는 VR 앱(응용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암병원 VR+ 앱은 암환자가 병원을 방문하지 않아도 주요 시설을 둘러본 것처럼 느끼도록 VR 영상을 보여 준다. 또 환자가 스마트폰으로도 사용하도록 일반모드 보기를 개발했다. 암병원은 환자용 VR 앱 힐링유VR를 출시했다. 남석진 암병원장은 “앱은 암을 진단받고 치료하는 환자를 위한 것”이라면서 “다양한 VR 콘텐츠를 개발해 환자가 심리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된다. 일본 국립암센터는 VR로 환자가 항암제 때문에 받는 고통을 완화하는 데 활용했다. 항암제 치료 전에 VR로 항암 치료를 경험하게 해서 오심 등 부작용으로 말미암은 고통을 줄였다. 중독 환자 치료에도 VR를 활용한다. 미국 휴스턴대는 알코올 중독 환자에게 VR 시스템을 활용, 중독 치료에 적용했다. VR를 이용해 3D로 구현된 환자의 수술 부위를 자유자재로 돌려가며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됐다. 웨어러블 VR 장비인 구글 글라스를 이용, 환자에게 수술을 성공리에 적용한 사례다.

노력도 보인다. 최근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VR·AR 기반의 의료 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헬스케어 영역에 VR·AR 기술 성능과 안전성을 담보하는 동시에 시장 형성 기틀을 닦은 것이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발표한 인공지능(AI) 의료 기기 가이드라인에 이어 VR·AR까지 방향성을 제시해서 국제 표준도 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5월 VR와 AR를 적용한 의료 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발간한다. 가이드라인은 VR·AR 특성을 반영해 의료 기기 허가·심사 합리화 기준을 제시한다. VR·AR 적용 의료 기기는 사용 목적에 따라 질병 진단, 치료, 경감, 예방, 처치에 쓰인다.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으로 촬영한 종양의 위치나 크기를 AR 기반으로 태블릿PC에 입력, 수술에 사용하는 사례를 대표로 들 수 있다.

CT 등 환자의 영상 정보를 활용해 수술 도중에 골절, 골변형 등 치료 계획을 수립하거나 CT 촬영물을 3D로 재구성해 진단하는 경우도 가이드라인에 명시했다. VR·AR가 가장 활발히 활용되는 재활 기기도 의료 기기로 분류된다. 다만 교육·훈련 기기나 소프트웨어(SW)는 비의료 기기로 규정된다. 일상의 건강관리 목적과 사회 생활 적응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 게임 등도 의료 기기에서 제외됐다. 안전성, 유효성 평가를 위한 기준도 마련한다.

아직 갈 길은 멀다. 관련 허가 기준이 없어 개발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지적도 많다. 식약처에 VR 기반 의료기기 허가 업체는 단 한 곳도 없다. 진료 활용 VR는 아직 초기 단계다. 임상 유효성 평가를 통해 기술이 의료 수가에 적용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VR·AR 앱 개발 시스템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관련 장치 SW 표준화도 이뤄지지 않았다. 김수범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산업통계팀장은 1일 “표준화 미비로 상호 운용이 가능한 시스템이 많지 않은 만큼 의료 분야 전문가가 시스템을 대규모로 사용,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가 의료 영역에서 VR 기술 개발을 '규제'가 아닌 '산업 발전' 영역으로 봐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헬스케어 스타트업 육성 지원을 위해 제도를 정비한다고 하지만 '규제'만 늘어 간다”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조기 시장 허가, 의료기술 완화 등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자유롭게 제품 개발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윤형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wh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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