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실전강의]<20>창업에 필요한 자금은 어디서 조달해야 하나(1)

기업을 창업해 계속해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유형의 자본이 필요하다. 인적자본, 사회적 자본 그리고 무엇보다 금융자본이 필요하다. 특히 금융자본이 풍부할 경우 창업자가 인적자본과 사회적 자본 등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이를 직원 채용과 아웃소싱 등으로 보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사업 초기 금융자본은 본격적인 수익이 발생하기 이전까지 버틸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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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기업이 우수한 기술 내지 아이디어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기의 성과가 나타날 때까지 버티지 못해 결실을 맺지 못한 경우도 많다. 어떤 방법이 효과적인지, 어떤 방식으로 마케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성찰에 이르기 전에 자금이 고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좌초된 기업의 아이디어나 기술을 거래하는 사이트가 개설돼 활발히 운영될 수 있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창업자가 사업 초기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금융자본 형성이다.

이처럼 창업 초기 금융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임에도 많은 사람이 금융자본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는 듯하다. 가장 대표적인 오해 중 하나가 본인 자금만으로 창업한 사람보다 외부 투자를 받은 사람의 사업이 월등하다는 착각이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사업의 특성상 굳이 외부로부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 않은 사업 분야인 컨설팅회사나 온라인 교육 회사를 설립할 경우, 자신의 경영권을 훼손하면서까지 외부 투자자를 모집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최종 제품 출시까지 10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될 수 있는 신약분야라든가, 대규모 시설투자가 필요한 사업의 경우에는 자기자본만으로는 사업 수행이 어렵다. 이런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외부 투자자가 필요하다. 이처럼 외부 투자자금 활용 여부는 능력과 무관하게 사업의 특성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외부 자금 수혈 여부를 좌우하는 또 다른 요인은 기업가가 구상하는 사업 규모와 속도다. 예를 들어, 작은 규모라도 조금씩 성취해 가면서 사업을 키우려는 기업가라면 굳이 외부 투자자금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초기부터 규모감 있는 사업체를 설립해 빠른 속도로 성과를 내고자 하는 기업가라면 당연히 외부 투자자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금융자본에 대한 오해 중 해외의 경우에는 외부투자자금을 보다 쉽게 조달할 수 있을 거라는 착각도 있는 듯하다. 다시 말해 국내에서는 창업 초기 자금을 지인을 통해 조달하는 경우가 많지만, 해외에서는 전문 투자자 등 외부로부터 조달하는 경우가 많다는 오해이다. 이 역시 실제 현실과는 다르다. 하버드대의 노암 와서먼 교수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신생기업 중 80% 가까이가 창업자 개인, 지인 자금이 출자된다고 한다.

또 다른 오해로는 자기자본보다 전문 투자자로부터의 대규모 자금을 활용하는 것이 훨씬 쾌적한 경영 환경을 제공해 주지 않을까 하는 착각이다. 남의 돈을 아무 대가 없이 사용할 수는 없다. 외부 투자자들은 자신들의 자금이 어떠한 방식으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보고 받을 권리가 있다. 따라서 외부 투자자금이 유입된 이후에는 경영활동 전반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정기적으로 리포트를 제출하거나 함께 결정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추가적인 행정처리 절차와 시간 소요를 감수해야만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벤처캐피탈 내지 정책자금 등 전문 투자 자금을 활용하는 것이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외부 투자자에게 정기적으로 리포트를 하거나 함께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사업체가 보다 견실해지거나 조직 전반의 기강이 확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창업자 혼자 독단적으로 이런 저런 결정을 하다보면, 체계적인 절차가 생략되거나 즉흥적이고 주먹구구식 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외부 투자자들은 이러한 방식의 경영을 결코 좌시하지 않는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경영 전반의 합리성과 체계성이 배양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함봉균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hbkon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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