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만에 완충전(80%)을 할 수 있는 초급속 충전기가 올해 전국에 1000대 깔린다. 대용량 배터리를 장착한 국내외 장거리형 전기자동차의 출시를 앞두고 정부가 사전 인프라 조성에 나선 것이다. 국내 충전인프라 확대뿐만 아니라 차량별 충전 성능까지 고려한 접근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전기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환경부 환경공단이 충전 출력 400㎾급을 포함한 초급속 충전기 700대를 전국에 구축한다. 한국전력공사도 올해만 급속충전기 300대를 공용시설물에 설치한다.
국내 충전인프라 최대 발주·공급처인 환경공단과 한전이 올해 확정한 물량만 모두 1000대로, 연말이면 4000대(누적)의 초급속 충전기가 전국에 구축되는 셈이다.
환경공단은 올해 200㎾와 400㎾급 충전기를 포함, 100㎾급 초급속 충전기 위주로 다음 달부터 권역별 공개 입찰을 통해 발주한다. 현재 국내에 깔린 급속충전기는 전부 50㎾급이다. 초급속 충전기가 도입되면 충전 속도가 최대 8배 빨라진다. 배터리 용량 30㎾h급 일반 전기차를 충전할 때 완충전(80%)까지 약 30분이 소요됐다면 400㎾ 충전기를 사용하면 5분 이내, 100㎾와 200㎾는 각각 15분 및 10분 이내면 충전할 수 있다. 급속충전기는 배터리 부하 등 안전 규격에 따라 배터리의 80%를 충전(급속) 이후 7㎾급 완속 충전 모드로 자동 전환된다.
다만 현재 국내에 출시된 전기차가 수용할 수 있는 급속 용량은 100㎾급으로, 200㎾ 및 400㎾의 전기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전기차는 아직 없다. 그러나 내년에 닛산 '리프(Leaf)', 포르쉐 '미션 E' 등 다수의 신형 전기차와 전기버스 등이 300㎾ 이상 초급속 충전이 가능해 활용도는 점차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은 올해 급속충전기 300대를 전국에 구축한다. 환경공단과 달리 우선 전부 50㎾급으로 통일했다. 한전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권고한 '콤보' 규격의 충전기를 공급한다. 충전케이블 3개(콤보·차데모·AC3상) 규격 모두를 수용한 기존 급속충전기보다 운전 효율이 뛰어나면서 고장발생률은 크게 낮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에 환경공단은 종전 다른 규격의 전기차 이용자를 고려, 올해까지는 충전 규격 3개 또는 2개(콤보·차데모)를 채택한 급속충전기를 구축할 방침이다.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환경공단, 한전 급속충전기 보급 사업 덕에 올해 말이면 국내 충전인프라 사각지대가 대부분 해소될 것”이라면서 “초급속 충전기까지 잘 활용된다면 그동안 전기차 충전 시장을 관망해 오던 정유·주유소 등 민간의 시장 자발 참여도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올해 말이면 국가 전역에 구축된 공용 급속충전기는 약 4000대로 늘어난다. 전기차 보급 대수 4만대(연말 기준 추정치)를 고려하면 급속충전기 1대가 전기차 10대를 수용하는 셈이다.
우리보다 국토 면적이 두 배 넓은 일본엔 현재 약 5만대의 전기차(BEV)가 보급됐으며, 급속충전기 수는 7250대(충전소 약 3000개)다. 다만 일본은 정부가 가정용 충전기를 보급하지 않아 공용 충전 시설 의존도가 매우 높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