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영업 직원에게 가장 어려운 곳이 어디냐고 물으면 '대학'과 '병원'을 꼽는다. 그 가운데 하나만 꼽으라고 하면 '대학병원'을 고른다. 대학병원은 대부분 영업직원을 꺼리는 곳이다. 이곳에는 '교수님'이 계신다. 교육 수준이 높고, 분야 전문가로도 자부심이 대단하다. 눈높이를 맞추는 게 쉽지가 않다.
최근 대형 병원과 병원정보시스템 구축 업체 간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시스템 구축 실패가 소송 이유다. 계명대 동산의료원과 한국후지쯔 간 소송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프로젝트 지연에 따른 사업 실패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법정에서 다툰다.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연세세브란스병원 등 국내 톱5 병원도 차세대시스템 가동에 문제가 있었다. 예산을 추가로 들이는 등 우여곡절 끝에 시스템을 가동했다. 일부에서는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차세대시스템의 실패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부족한 정보기술(IT) 예산과 커뮤니케이션 부재다. 대형 병원의 IT 투자 규모는 전체 매출의 1%도 안 된다. 투자조차도 차세대시스템 구축 사업이나 유지보수 비용이다. 미래를 위한 투자는 없다. 현상 유지에만 투자할 뿐이다. 이마저도 실패로 돌아가니 병원 IT 운영의 비효율성만 커진다.
병원정보시스템은 의료 전문 용어, 프로세스 등으로 다른 영역의 시스템과 다르다. IT서비스 기업은 특수성을 반영한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지만 노하우가 부족하다. 노하우를 축적하기 위해서는 병원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해야 한다.
IT 기업은 초기 설계 단계부터 발주처와 긴밀한 협업으로 요구 사항을 명확하게 도출해야 한다. 발주처는 병원 문턱을 낮춰 기업과의 네트워킹을 확대하고, 병원은 IT 기업에 문턱을 낮춰야 한다. 병원정보시스템은 의사 편의성을 높여 준다. 병원정보시스템의 혜택은 궁극으로 환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