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이 5조원을 넘는 대기업집단은 계열사로부터 받는 '상표권 사용료'를 매년 5월 공시해야 한다. 상표권 사용료를 총수일가 사익편취 수단으로 악용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규모 5조원 이상 기업집단 소속회사가 계열사와 상표권 사용거래 내역을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시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29일 밝혔다.
대기업집단 지주회사가 계열사로부터 받는 상표권 사용료가 총수일가 사익편취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 제기됐다. 공정위 실태점검 결과 대기업집단 지주회사가 받는 상표권 사용료는 연간 1조원에 육박하지만 시장에 공개되는 정보는 크게 미흡했다.
공정위는 공시규정에 '계열사간 상표권 사용 거래 현황'을 기업집단 현황에 관한 공시의무 사항으로 신설했다. 이에 따라 공시대상 기업집단 소속회사는 매년 5월 31일까지 직전사업 년도의 계열사간 상표권 사용 거래 현황을 공시해야 한다. 상표권 사용료 수취 회사 뿐 아니라 지급회사도 상표권 사용 거래현황을 공시해야 한다.
공시항목은 지급회사, 수취회사, 대상 상표권, 사용기간, 연간 사용료 거래금액, 사용료 산정방식 등 상세 내역이다. 거래규모와 상관없이 계열사와 모든 상표권 사용료 거래내역을 공시해야 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그동안 일부 회사는 상표권 사용료를 상품·용역거래로 인식해 일정규모 이하 사용료에 대해서는 공시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며 “이번 개정으로 상표권은 기타 자산 중 무형자산이며, 사용료 수수는 무형자산 거래임을 명확하게 규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상품·용역 거래에 대해 적용되는 거래규모 요건은 상표권 사용거래에 적용되지 않는다”며 “모든 상표권 사용거래 내역을 공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번 공시개정으로 상표권 사용료 상세내역이 시장에 일목요연하게 제공돼 기업집단간, 기업집단내 계열사간 사용료 비교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공시된 정보로 총수 있는 기업집단과 총수 없는 기업집단 간, 동종 업계 간, 같은 집단의 계열사 간 등 다양한 기준으로 사용료 규모와 산정방식을 비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정확한 정보와 객관적 비교를 바탕으로 기업집단의 상표권 사용료 수취에 대한 시장과 이해관계자의 자율적 감시가 활성화 될 것”이라며 “매년 상표권 사용료 공시실태 점검 결과, 수취현황을 공개하고 사익편취 혐의가 드러나면 공정거래법을 적극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