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통신사와 부가가치통신망사업자(VAN)의 자발적 요금인하 합의로 재래시장 등 영세 소상공인의 부담이 감소할 전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카드결제 통신서비스 요금 관련 사실조사에 돌입, 통신사·밴사 등 업계간 과도한 요금에 대한 책임소재를 둘러싼 논란을 종식하고, 영세 소상공인과 상생 생태계 기반을 마련할 지 주목된다.
◇요금체계 합리화 배경은
통신사·밴사는 기존 불합리한 요금체계를 합리화하고 소상공인을 지원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2012년까지 카드결제에 대해 전화요금과 같은 3분당 39원~42원 요금을 부과했다. 카드 결제를 위한 신호처리에 1분이 채 걸리지 않음에도 음성전화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 소상공인 부담이 높다는 지적이 지속됐다.
카드결제 단말기는 대부분 인터넷 연결로 대체됐지만 재래시장·지하상가·슈퍼마켓 등 영세 소상공인은 여전히 전화망을 이용한 카드결제 단말기를 이용한다. 카드결제 전화망 시장 규모는 250억원대로 통신사로서 큰 규모는 아니지만 영세 소상공인에게는 상당한 요금부담이 가중되는 구조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통신사·밴사는 기존 체계를 유지하며 논란을 자초하기보다 자발적 요금 인하로 상생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통신사 임원은 “영세 소상공인 부담 경감과 상생을 고려해 요금 인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합의 이면에는 정부와 국회 압박도 작용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6일부터 7개 유선통신사와 17개 밴사를 대상으로 카드결제 통신서비스 요금 관련 전기통신사업법상 이용자고지 의무 위반 혐의로 사실조사에 돌입했다.
2012년 옛 방통위는 전화망을 이용하는 사업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겠다며 1639 전용 국번을 만들고 24.9원의 '할인 요금제'를 출시했지만 6년간 가입실적이 0건이었다. 방통위는 통신사와 밴사가 1639 상품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의도적으로 상품판매를 막았는지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국정감사에서도 이통사와 밴사가 '1639 카드결제호처리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기존 요금제를 고수하기 위해 짬짜미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소상공인연합회는 통신사와 밴사를 대상으로 리베이트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에 고발하며 논란이 지속됐다.
◇기대효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재로 진행된 통신사와 밴사의 자발적 26.4원 요금인하 합의로 이 같은 논란이 상당히 불식될 전망이다.
영세 소상공인은 당장 5월 초부터 할인된 요금을 적용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통신사와 밴사는 요금 변경을 앞두고 전산변경 등 작업에 착수했다. 기존 26.4원으로 요금할인을 받으려면 밴사가 1639번으로 번호이동 신청을 해야 했지만 번거로운 절차 없이 한 번에 할인된 요금을 적용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카드가맹점이 서비스를 이용한 시간만큼만 요금을 낼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불합리한 제도도 개선됐다.
영세 소상공인의 직접적 경제효과가 기대된다.
수십만개의 가맹점이 인하된 결제호처리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연간 약 140억원의 통화료 절감효과가 예상된다.
영세 소상공인 카드사용 활성화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인터넷망으로 대체하지 않고 전화망에 연결된 카드결제 단말기를 사용하는 사업자는 영세 규모 소상공인이 대부분이다. 영세 시장상인, 슈퍼마켓 등은 건당 40원 카드결제 전화요금을 상당한 부담으로 느끼면서 현금결제를 유도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일조할 전망이다.
정부 행정처분을 앞둔 통신사와 밴사에도 감경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방통위 사실조사는 과징금과 시정조치 등 징계 처분을 전제로 한 최종 확인 작업이다. 사실조사 대상이 된 통신사와 밴사가 이미 요금인하라는 시정조치를 5월 초부터 시행하기로 결정한 만큼, 상당한 감경 사유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6년 만에 일괄 요금인하로 결론이 난 카드결제서비스 통신망 이용요금 개선은 좋은 정책이라 하더라도 참여자에 대한 인센티브와 지속적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업계 관계자는 “6년 전 요금인하 부담을 감수하고 정부 정책에 협조하기로 했지만 결과적으로 사회적 논쟁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는 아쉬움이 있다”면서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겠지만 정책 차원에서 인센티브가 있었다면 더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