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원동력이자 대중문화를 대변하는 키워드인 K팝의 내부 지형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아이돌과 힙합으로 대변되던 K팝이 최근 수 년 전부터는 싱어송 라이터와 과거 인기가수의 재조명 으로 다양해지는 모습이다. 과거 인기가수 귀환은 아이돌 가요시장과 또 다른 인기 채널을 만들어내며 대중은 물론 가요계 내부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이번 주 '컬처 에센스(Culture Essence)'에서는 가요계 내에서 진행 중인 과거 인기가수 재등장 특징과 이유 등을 살펴본다.
◇컴백·재편·이벤트 등 다채로운 귀환패턴의 과거 인기가수
최근 조명 받는 과거 가수의 재등장 과정에는 세 가지 패턴이 존재한다. 본연의 형태를 유지한 채 등장하는 아티스트, 솔로 또는 다른 그룹으로 재편되는 형태, 이벤트성 등장 등이다.
먼저 본연의 형태를 유지한 채 등장하는 아티스트의 경우는 대부분 '장수'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대표적으로 1세대 아이돌 전형으로 불리는 신화가 있다. 신화는 1998년 데뷔 이래로 멤버 탈퇴나 재결합 없이 올해 20주년을 맞이하고 있다. 신화는 솔로활동이나 연기, 예능출연 뿐만 아니라 꾸준한 그룹 앨범 활동 등으로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며 두터운 대중 팬뿐만 아니라 가요계 대선배로 후배의 귀감이 되고 있다.
매력적인 보컬로 사랑받는 남성그룹 플라이투더스카이나 혼성그룹 쿨과 코요태, EDM음악으로 나선 클론, 영원한 '아시아의 별' 보아 등도 국내외 활동을 번갈아가며 장수 아티스트로서 면모를 보인다.
솔로 또는 새로운 그룹 결성은, 재등장하는 가장 많은 아티스트가 선택하는 패턴이다. 평균 아이돌그룹 계약 만료시점인 7년을 넘어 재계약을 하지 않는 경우 공식적으로 그룹이 해체되면서 연예계 각 분야로 흩어지거나 새로운 형태 그룹으로 등장하곤 한다. 최근 재등장하는 가수들도 이런 패턴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최근 방송가와 뮤지컬계에서 인정받는 최성욱은 '에이스'라는 예명으로 그룹 파란에서 활동한 아티스트다. 그는 지난해 6월 동시대 활동하던 인기 아티스트였던 정구현(노바소닉), 송국정(에메랄드캐슬), 정찬희(티오) 등과 함께 팝록밴드 '마이선셋'으로 새롭게 가요계에 등장해, 신선한 반응을 얻고 있다.
보컬그룹 '가비엔제이(GAVI N J)' 출신 솔로 아티스트 미스티는 2012년 탈퇴 이후 솔로 싱글앨범 '이 노래 때문에'(2014)와 다양한 OST와 프로젝트 앨범 등을 발표했으며, 최근 디지털 싱글 '얘기 좀 해'로 4년만의 솔로활동에 나서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룹 원더걸스 원년멤버인 솔로 아티스트 선미는 2010년부터 약 5년간 활동을 중단했다가 복귀, 지난해 초 계약만료를 기점으로 '가시나', '주인공' 등의 싱글앨범으로 국내 대표 여성 솔로 아티스트로 변신했다.
패턴 내 특이한 케이스로는 2세대 대표 아이돌인 동방신기나 슈퍼주니어 등이 있다. 이들은 기존 멤버 중심으로 그룹 재편을 진행하면서, 여전히 탄탄한 아티스트 역량과 함께 명실상부한 K팝 대표주자로서의 입지를 자랑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벤트성 등장은 최근 들어 빈도수가 높아지는 패턴이다. 이 패턴은 MBC '무한도전', '일밤-복면가왕', JTBC '슈가맨'·'히든싱어', tvN '수상한 가수' 등 과거 인기가수들을 재조명하는 프로그램들의 주인공으로 등장, 이들을 그리워하는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활동을 재기하는 모습을 띠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2015년 정규 6집 발표로 15년만의 컴백을 선언했던 터보와 2016년 재결합한 1세대 대표 아이돌 젝스키스, S.E.S 등이 성공사례로 남아있으며, 활동을 재개한 이브와 비쥬, 버즈, 임재범 등의 경우도 재등장(컴백) 성공의 한 축으로 꼽힌다. 반면 2015년 극적인 재결합으로 화제가 됐던 클릭비와 최근 MBC '무한도전-토토가3'로 모습을 드러냈던 H.O.T 등은 여전히 재결합을 위한 여지를 남긴 채 논의를 진행 중이다.
요컨대 과거 가수는 다양한 패턴을 통해 등장하면서, 여전한 대중의 인기를 확인하는 모습으로 2018년 가요계 차트를 뒤바꾸는 모습까지도 나타내고 있다.
◇과거 인기가수들의 대두, '2030 중심 세대공감 아이콘이자 K팝 다변화의 해법'
과거 인기 가수의 등장과 차트역주행은 패턴 상으로도 특별한 모습이지만, 이들의 공통점을 토대로 분석해볼 수 있는 원인에서도 독특함을 찾을 수 있다.
먼저 최근 등장하는 과거 인기가수 대부분이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 활동시기를 갖고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 1990년대와 2000년대를 아우르는 이들의 등장은 종전까지 번지던 7080음악 열풍과도 비슷한 모습으로, 주류 세대인 2030세대가 향유하던 문화라는 점과 연결된다. 즉 7080음악을 들으며 살아왔던 세대들이 점차 사회 고위연령층인 40~50대로 자연변화하면서, 현 2030세대들이 들어왔던 1990년대와 2000년대 음악이 과거 음악의 메인으로 자리 잡게 됐다는 점에서 당시 아티스트 재등장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일상 속에 녹아있는 곡들의 주인공이라는 점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위원이 2013년 8월 분석 자료를 통해 “실제 듣는 음악은 최신음악인데 반해 노래방에서는 과거 유행했던 노래를 많이 부른다”라고 표현한 바나, 대중이 일상적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음악으로 1990~2000년대 음악을 택해 이들과 당시 자신의 삶을 회상하는 계기가 됨에 따라 이들의 재등장과 인기 역주행 흐름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화려한 무대 매너보다 감정을 울리는 음악을 위주로 했던 아티스트들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김민석 모래공장 실용음악학원 원장이 “최근 가요계에서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노래가 강세를 보인다”라고 언급한 것도 했던 바에서 보듯, 화려한 퍼포먼스와 비트를 앞세운 아이돌 가요에서 점차 자유로우면서도 일상적인 흐름을 찾는 현 대중의 가요선호 경향이 과거의 아티스트들을 소환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공통점은 최근까지 인기를 모으는 레트로 음악의 원조 격으로 꼽히는 아티스트라는 점이다. 레트로 음악은 1990년대와 2000년대를 포함한 이전 세대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비트와 멜로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장르다. '유행은 돌고 돈다'라는 말이 있듯, 레트로 음악의 유행은 그 자체만으로도 인기가 높고 가치가 있지만, 그 원류에 대한 향수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요컨대 최근 과거 가수들의 재등장과 인기는 주류 대중으로 꼽히는 2030세대와 맥을 같이하면서, 다양한 세대에게 접근하면서 공감대를 일으킬 수 있는 음악들의 유행으로서 나타나게 된 결과로 볼 수 있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최근 가요계에 모습을 보이는 1990년대, 2000년대 가수는 자신의 음악 자체만으로 대중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음은 물론, 타 아티스트의 리메이크나 자체 재편곡 등으로 감성과 트렌드를 동시에 가져갈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본다”라며 “이는 화려한 퍼포먼스 위주의 K팝 아이돌이 보다 더 넓은 세계인을 감동시킬만한 모티브가 될 만하며, 국가적인 경쟁력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