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통상 위기를 철강산업 고도화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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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웅성 산업통상자원 R&D전략기획단 주력산업MD

우리나라 경제는 국내총생산(GDP)의 70%를 무역에 의존하고 있어 무역 분쟁에 따르는 위험성이 항상 잠재돼 있다. 최근 전 세계 스트롱맨들의 부상과 함께 보호무역주의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워지고 있다. 특히 이번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무역확장법 232조는 모든 국가에서 수입되는 철강재에 대해 25% 관세를 일괄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무역전쟁의 서막을 올리고, 그 충격파가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다행히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한 정부와 민간이 국익 극대화 차원에서 전방위 대응 노력을 한 데 힘입어 3년 평균 70% 쿼터를 확보했다. 업계 일부에서는 아쉬운 점도 있겠지만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미국 정부 및 업계의 살벌한 인식을 감안할 때 최선을 다한 결과로 보인다. 또 대미 수출의 불확실성을 조기에 제거했다는 측면에서는 단비 같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미국발 자국 경제 보호주의는 중국, 유럽연합(EU) 등 강대국들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글로벌 공급 과잉이 7억4000만톤에 이르는 철강 산업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 규제를 전방위 강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일본과 중국은 초대형사 중심 구조 조정을 통한 경쟁력 강화 노력을 치열하게 진행하고 있다. 이들의 혹독한 구조 조정이 성공한 후 동북아 시장에서 전개될 철강 산업 생태계 간 경쟁은 지금과 차원이 다른 위협이 될 것이다.

우리 철강 산업도 그동안 축적된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현재 직면한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도약을 이루기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우선 해결 과제는 국내 산업 생태계 구조의 혁신 진화다. 지금은 개별 기업 간 경쟁이 아니라 국가를 초월하는 산업 생태계 간 경쟁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국내 현실은 철강업계 간 양극화가 지속 심화되고 있다. 또 철강 제품의 상하 제조 공정 간, 수요-공급 산업 간 연계와 협력보다는 배타 및 대립 관계 경쟁이 심화돼 산업 경쟁력의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다. 이에 따라서 현 시점에서는 1차 소재, 2차 소재, 금속가공 및 유통, 수요 산업을 모두 포괄하는 산업 가치사슬의 연결성 확대와 산업 생태계 구조의 취약성 극복을 위한 개방된 혁신 산업 생태계로의 선제 체질 개선이 절실하다. 이를 위한 새로운 방법론으로 한국형 제조혁신 플랫폼 전략이 필요하다.

제조혁신 플랫폼은 국내 산업 가치사슬 간 협력 생태계 구축 전략으로 철강 제품의 상하 공정 간, 수요-공급 산업 간 연결자 역할을 한다. 동시에 혁신 역량 공유를 통해 생산 및 거래비용을 줄이고 축적된 역량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가치 제공자 역할을 선순환 형태로 수행할 수 있다. 특히 1차 소재 대기업의 선도 역할이 필수이며, 대기업 혁신 역량이 플랫폼을 통해 공유·확산됨으로써 2차 소재 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이 고부가 가치 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다.

또 수요 산업과의 연계에 기반을 둔 미래 유망 소재의 조기 개발을 통해 신시장 창출에도 효과 높게 대응해야 한다. 제조와 인공지능(AI)·로봇 등을 결합한 생산 및 설비 스마트화, 다품종 맞춤형 생산 시대에 대응한 솔루션 서비스화 등 미래 지향의 혁신 생태계로 탈바꿈시킬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난날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을 때 영일만 갯벌에서 자본도 기술도 없이 맨주먹으로 시작해 연간 7000만톤을 생산하는 세계 5위 철강 대국으로의 성장을 이뤄 낸 위대한 유산과 DNA가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5위권의 제조업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된 바탕에는 경쟁국보다 우수한 철강재를 공급할 수 있는 철강 산업이 든든하게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오늘의 우리가 처한 위기에 맞서서 한국 철강 산업 생태계를 부흥시키는 기회로 적극 활용한다면 우리나라 철강 산업은 국가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으로써 그 역할을 지속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장웅성 산업통상자원 R&D전략기획단 주력산업MD, wsc133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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