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혁신성장은 기업 스스로 몫인가

정부가 26일 '2019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확정했다. 내년도 예산안 편성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내년엔 총 450조원 규모의 슈퍼예산을 편성한다. 국민이 삶의 질 개선을 체감할 수 있도록 확장 운영하겠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내년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성과를 제대로 보여야 하는 시기인 만큼 이해가 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정부는 예산 핵심 분야로 청년일자리, 저출산·고령화, 혁신성장, 안전을 꼽았다. 올해 예산과 비슷한 맥락이어서 기조 전반은 기존 정책의 연속성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일자리, 저출산, 고령화 등 구조 문제 대응에 집중하는 것도 내년도 예산 편성의 특징 없는 특징이다.

무엇보다 핵심 분야로 꼽은 혁신 성장 관련 계획은 기존 정책의 재탕을 벗어나지 못한 수준이어서 정부에 진정성과 의지가 있는지가 의심이 들 정도다. 산업·경제계는 '상징성'을 위한 들러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혹평을 내놓고 있다. 더 큰 우려는 실제 예산 편성 과정에서 혁신 성장에 투입하는 재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최우선 과제에 밀려서 절대 규모가 줄어들거나 일자리로 예산이 쏠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혁신 성장은 예산보다 제도 개선이 더 중요하다'는 정부의 인식에도 우려가 나온다. 뒤집어 생각하면 혁신 성장은 규제를 풀어 주면 기업이 알아서 할 일이지 정부 예산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뜻으로 오인될 수 있다. 모든 산업 정책은 규제와 진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구체화되지 못한 선언 성격의 규제 개혁 메시지는 일선 산업 현장과 시장에서는 체감하기 어렵고, 진흥 정책은 산업과 시장 생태계 조성 전반에 걸쳐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예산 편성은 국정 운영을 짐작할 수 있는 지표다. 내년도 편성 예산을 보는 산업·경제계는 걱정을 숨기지 않는다. 성장 동력 육성과 연구개발(R&D) 등 미래 먹거리 기반 구축에 대한 고민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로지 '표'만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자금을 일시 집행하는 복지보다 장기성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더 중요한 복지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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