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블록체인'을 적용한 의료기술이 주목받는다. 각종 의료정보 문서발급, 실손보험 청구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될 전망이다.
블록체인은 거래내역이 공개 기록되는 온라인 장부다. 새로운 블록은 바로 이전 블록에 대한 인증정보를 갖고 사슬로 묶여 있다.
블록체인 강점은 보안성, 안전성이다. 전체 거래내역을 담은 블록체인은 여러 노드에 분산 검증·저장돼 관리되므로 사실상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그동안 병원이 중앙 서버에 저장된 환자 정보를 활용하거나 교류하지 못했던 이유는 보안, 안전 문제 때문이다. 의료법이나 개인정보보호법 등도 걸림돌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 개인 의료 정보가 유출됐을 때 오는 피해다. 블록체인 기술은 정보 원본을 유지하면서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 의료 영역에서도 널리 쓰일 수 있는 기술이다. 정보를 다수가 공동으로 소유하기 때문에 해킹이 어렵다는 점이 작용한 것이다.
글로벌 기업은 블록체인 기술을 의료 분야에 도입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IBM, 구글 등 IT기업이 선점을 노린다. IBM은 블록체인 기반 네트워크로 환자 의료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의료기관이 독점한 진료 정보를 빅데이터 분석,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과 접목해 헬스케어 분야를 혁신한다. 지난해 IBM은 미국 FDA와 블록체인 기술 적용 네트워크로 환자 의료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IBM과 FDA는 블록체인을 통해 환자 의료 정보가 공중 보건에 이익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구글 딥마인드 헬스(Deepmind Health)는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 등과 협력해 환자가 실시간으로 개인 데이터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추적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구글은 영국 주요 대학병원, NHS와 연계해 환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신기술도 도입할 계획이다. 환자 각종 의료 정보 데이터를 암호화한 다음에 이를 자동으로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방식이다.
블록체인 기반 기술 의료기록관리 서비스 제공 회사 메디컬체인은 최근 영국 런던 그로브스메디컬그룹과 블록체인 기반 환자 관리 시스템을 시범 도입하기로 했다. 그로브스메디컬그룹이 확보한 환자 3만여명과 환자 가족이 메디컬체인 블록체인 플랫폼을 이용해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영국이 의료 분야에 블록체인을 도입해 가상통화 결제를 허용한 것은 처음이다. 7월부터 서비스가 본격 시행된다. 환자는 플랫폼에 접속, 암호화폐로 결제한다.
국내 스타트업도 의료정보 접목 블록체인 기술 플랫폼을 개발했다. 메디블록은 퀀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개인 의료정보 통합 플랫폼을 개발했다. 의료정보 플랫폼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국내 첫 사례다. 환자는 자신의 진료 기록이나 키, 몸무게 등 진료 정보 진본을 공증한다. 정보는 탈중앙화된 저장소에 암호화한 상태로 저장된다. 각종 검사 관련 정보를 종이 문서로 발급받는 번거로움도 없어진다.
회사는 의료기관이 아닌 개인에 주목했다. 그간 보건의료제도를 총괄하는 정부, 병원이 의료정보를 독점해 관리해왔다. 메디블록은 병원으로부터 받은 개인 환자정보를 전자문서 형태 데이터로 받는다. 탈중앙화된 저장소에 암호화한 상태로 저장한다. 데이터를 받아 메디블록 블록체인에 올린다. 병원은 메디블록 플랫폼에 올라온 환자 의료데이터를 통해 불필요한 중복검사를 피한다.
국내 치과 대학병원으로서는 최초로 경희대학교치과병원이 메디블록과 손잡고 올 3월 설립하는 치과종합검진센터에 블록체인 기술 기반 개인의료정보 플랫폼을 도입한다.
써트온은 의료정보시스템 전문업체 포씨게이트와 블록체인기반 의료제증명서비스를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LG유플러스와 PoC(Proof of concept)도 추진한다. 써트온 블록체인 플랫폼 기반 의료제증명서비스와 LG유플러스 인증서비스의 결합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통합 의료 정보 관리 시스템을 구현하는 특징을 지녔다. 모든 환자는 인터넷이 연결되는 곳에서는 어디서나 자신의 개인열쇠를 이용해 분산 장부에 기록된 자신의 기록을 안전하게 열람한다. 비용도 대폭 절감된다.
실손의료보험 청구 서비스에도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다. 더 이상 환자들은 복잡한 보험 청구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된다. 교보생명은 블록체인을 활용한 실손 의료보험금 자동청구 시범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사물인터넷(IoT) 활성화 기반조성 블록체인 시범사업 일환으로 '블록체인 기반 실손의료보험금 자동청구 서비스(주관사업자 교보생명)'를 시행했다. 서비스는 보험금 청구서 자동 생성·의료증명서 연계 전송 스마트 보험금 청구 시스템이다. 가입자는 진료비를 낼 때 병원에 보험금 청구 의사를 밝히고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으로 보험사에 보낼 진료기록을 선택하면 보험금 청구 접수가 완료된다.
블록체인 통합 인증 기술 시스템이 적용된다. 보험 청구부터 지급까지 전 과정이 블록체인에 기록돼 관리된다. 보험 청구 과정에서 거래 참여자의 진료기록, 계약 내용을 온라인상에 보관하는 공공거래장부 블록체인이 활용된다. 가입자, 보험사, 의료기관이 블록체인에서 보험금 청구와 관련한 인증 정보를 공유한다. 보험가입자가 병원에 입원해 진료를 받으면 해당 진료기록은 블록체인을 통해 보험사로 즉각 전달된다. 복잡한 신청과 증명서 발급 과정을 개선함으로써 환자 보험금 자동 청구가 실현된다. 실시간 보험금 지급도 가능하다. 청구 과정이 블록체인에 기록돼 투명하게 관리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현재 3개 병원에서 운영된다. 상계 백병원, 삼육서울병원, 수원 빈센트병원 등과 협약을 맺고 30만원 이하 소액 보험금을 대상으로 운영 중이다. 향후 10개 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블록체인 관련 연구개발(R&D)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상윤 보건복지부 의료정보정책과 과장은 “블록체인 기술이 가진 장점이 많다는 전문가 의견을 수렴했다”며 “올해 안으로 관련 R&D 투자와 적용 관련한 사회적 논의를 본격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블록체인 의료계 도입에는 관련 기관들의 참여 문제가 있다. 병원마다 제각각인 정보의 표준화 등 선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오 과장은 “블록체인 등 각종 기술 발전의 득실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결국 이 모든 것의 이익이 다수인 국민에게 돌아가야 한다”면서 “환자 개인정보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기술 적용도 그러한 관점에서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한 서울대의대 의료정보학 교수는 “블록체인은 의료기록 원본 보장과 보험청구, 임상시험 정보 투명성, 의료전달체계 강화, 코인 발행에 따른 새로운 보상체계를 가능케 할 것”이라며 “이중지불 문제, 단일 취약점 문제라는 두 가지 암호화폐 약점을 극복해 금융기관 없이도 화폐 발행과 유통이 가능함을 보여줬다. 이제는 의료 분야에도 널리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윤형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wh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