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미국이 철강 관세 면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연계해 사실상 일괄 타결했다. 양국은 실무차원의 후속절차를 조만간 마무리하고 협상 타결을 공식 발표할 전망이다. 이번 협상 결과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격화된 가운데 우리나라 통상 정책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 등 미국 통상당국과 협상을 마치고 25일 귀국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미 FTA와 232조 철강 관세에 대해 미국과 원칙적인 합의와 원칙적인 타결을 이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아직 실무 차원에서 몇 가지 기술적 이슈가 남아있는데 곧 해결될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이번 합의를 통해 얻은 것은 크게 다섯 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불확실성을 조기에 제거해 우리 업계가 안정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 농업에 대해 우리가 설정한 '레드라인(금지선)'을 지켜 농업 분야 추가 개방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자동차 부품 의무 사용과 원산지와 관련해서도 미국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기존 양허 후퇴도 없었다. 지금까지 관세 철폐한 것에 대해서는 후퇴가 없다”고 밝혔다. 기존 한미 FTA에서 합의한 관세 철폐는 이번 개정협상을 통해 변경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 본부장은 당초 협상 목표로 내건 '상호 이익균형'을 달성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귀국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계속 협상했기 때문에 내일 국무회의가 끝나고 난 다음 구체적 내용을 다시 말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지난 한 달간 사실상 미국에 머물며 한미 FTA와 철강 관세 면제 문제를 연계한 마라톤 협상을 이어왔다. 초반에는 철강 관세 면제 협상에 주력했지만 미국이 이 문제를 한미 FTA 개정협상과 연계하면서 협상이 길어졌다.
15~16일 현지에서 열린 3차 협상도 철강 관세 면제 논의와 FTA 협상을 연계했다. 미국은 자동차·부품 비관세 무역장벽 완화, 원산지 규정 강화 등을 요구했다. 우리 측은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S) 규정과 불리한 가용 정보(AFA) 조항 등의 수정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철강 관세 영구 면제 요구와 관련해 미국이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 어떤 보상을 요구했는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 23일(현지시간) “한국과의 협상 종료가 매우 가까워졌다”면서 “우리는 훌륭한 동맹과 훌륭한 합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