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형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최저임금 인상 정책은 바람직하다”며 “지속가능한 결과를 얻기 위해선 생산성 증대를 통해 임금이 시장에 의해 조절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이날 서울시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우리나라는 교역재 부문 대비 비교역재 부문의 가격·임금이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낮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교역재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이 주로 해당하고 비교역재는 국내에서 소비되는 서비스업, 특히 자영업이 많다. 선진국은 교역재·비교역재 부문 상대가격이 세계 평균과 유사하다. 국내도 이 같은 격차를 메우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장기적으론 임금 인상과 함께 생산성이 같이 올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생산성 증대 없이 교역재 부문 임금 상승률이 빨라진다면 경쟁력이 하락할 것”이라며 “실질·명목 환율이 하락하면서 수출 증가를 저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이는 수입물가 상승으로도 이어지기 때문에 비교역재 부문 임금 실질 구매력도 축소, 결국 내수도 약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근본적인 변화 없이 명목 가격, 임금을 조정하는 것만으론 단기적 효과만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생산성 증대 방안으로 노동시장 문제 등 구조적 개혁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위원은 통화·재정정책 적절한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거시경제정책 운용 과정에선 민간·정부 부채 급증이라는 비용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봤다.
이 위원은 “부채가 증가하는 현상 자체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경제 성장과 연결되지 않은 부채는 문제”라며 “경기 반등이 일시적이고 지속 가능하지 않으면 경제에 부담을 가중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국내 기준금리 인하가 과도했느냐는 질문에는 “물가상승률 목표제를 도입한 국가로서, 물가 상승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과잉인하했다고 말할 순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정부의 4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움직임과 관련해 한은 기준금리 인상도 지연될 것이라는 관측에는 “금리는 중기적·전체적인 기조를 보고 하는 것”이라며 “정부 지출이 늘었다 줄었다 할 때마다 금리를 바꾸면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