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실에 맞는 '에너지믹스' 정책 필요

정부가 중장기 국가 에너지 정책 방향을 담은 로드맵을 제작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제3차 에너지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워킹그룹 총괄분과 킥오프 모임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에너지기본계획은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에 따라 5년 주기로 수립하는 에너지 분야의 최상위 행정 계획이다. 2019~2040년 20년 동안의 계획을 담는다. 지난해에 수립한 '에너지 전환 로드맵' '재생에너지 3020 이행 계획' '8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에 이어 올해 3차 에너지 기본 계획까지 마무리하면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사실상 마침표를 찍는다. 3차 계획은 1, 2차 때와 마찬가지로 전력별 비중과 관련한 '에너지믹스'가 핵심이다. 그간 에너지 기본 계획은 탁상공론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중장기 계획이라는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20년을 내다보는 계획이지만 수명이 고작 5년이었다. 2014년 2차 계획 당시 가장 큰 화두는 '녹색성장'이었다. 이를 강조하면서 2008년에 수립한 1차 기본계획 5대 중점 과제 가운데 살아남은 정책은 하나도 없었다.

3차 계획도 엇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앞서 2차 계획에서 2035년까지 전력설비에서 차지하는 원전 비중을 29%로 높이기로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장기 계획에 따라 원전을 줄이기로 결정한 상태다. 그 대신 재생에너지 비중은 크게 높이기로 이행 계획을 수립했다. 정부 입장을 반영한다면 2차 계획을 대폭 손질하는 형태로 진행될 게 확실시된다.

국가에서 수립하는 계획은 시장과 산업에 주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계획을 수립하는 배경은 시행착오를 줄이고 효율을 높이자는 취지다. 3차 계획이 현실성을 띠려면 에너지별 발전량, 재생에너지 수급량, 원전 폐쇄에 따른 전기료 인상 요인, 발전 설비 퇴출과 대체 설비 전환 등을 꼼꼼하게 따져 봐야 한다. 얼마나 현실을 반영하느냐에 따라 기본 계획 수명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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