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스포츠 불공정 관행 근절' 요구가 높아지면서 지철호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과거 박사학위 논문에서 제시한 대안이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지 부위원장은 스포츠 관련 기본법 제정과, 이를 근거로 한 '스포츠 분쟁 해결기구' 설립을 주장했다. 향후 정부가 스포츠공정인권위원회를 신설하는 과정에서 이런 의견을 반영할지 관심이다.
13일 공정위 등에 따르면 지 부위원장은 공정위 상임위원으로 재직 중이던 2015년 '대체적분쟁해결제도(ADR)를 통한 스포츠 분쟁 해결방안에 관한 연구' 논문으로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공정위 직원이 스포츠 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것은 내부에서도 '독특한 사례'로 꼽힌다.
지 부위원장은 논문에서 스포츠 분야에서 발생하는 각종 불공정 사례를 제시했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불거진 선수 선발과정 특혜, 스포츠단체 사유화를 비롯해 자의적 심판 배정, 무자격 임원 선임 등을 지적했다.
지 부위원장은 논문에서 “이런 비정상적 관행은 스포츠 분야 문제로 다양하게 지적되지만 대외적으로 거의 표출되지 않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스포츠단체 외부로 표출하면 해당 단체로부터 당사자가 어떤 불이익을 받을지 알 수 없다”며 “신속하고 공정하게 분쟁을 해결해주는 조직·절차도 마련되지 않았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대안으로 ADR 도입을 제시했다. ADR은 사법절차가 아닌 조정·중재·알선과 같은 대체 절차를 통칭한다. 스포츠 분야 분쟁을 사법절차로 해결하려면 시간·비용·정보공개상 문제가 있어 ADR이 효율적이라는 설명이다.
지 부위원장은 ADR을 이행하는 '스포츠 분쟁 해결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설립 근거를 규정하기 위해 스포츠 관련 기본법을 새로 만들거나,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스포츠 분쟁 해결기구'를 만들면 중재 합의를 법으로 의무화 하거나, 정책적으로 강력하게 유도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 우리 정부가 관련 제도장치 없이 한국스포츠중재위원회(KSCA)를 만들었다가 분쟁처리 실적이 없어 4년 만에 폐지했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 부위원장은 “스포츠 분쟁 해결기구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며 “분쟁 해결 대상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면서 분쟁 해결기구가 최종적이고 구속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는 운영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 부위원장이 논문에서 밝힌 견해는 향후 스포츠공정인권위원회 설립 과정에 반영될 수 있다는 평가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평창동계올림픽 팀 추월 종목 팀워크 논란과 관련 “빙상연맹의 자정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며 “스포츠공정인권위원회를 만들어 스포츠 비리 문제에 대한 정책 대안을 만들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