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사업이 이제야 궤도에 올랐다. 2009년 논의를 시작한 이후 9년 만이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그동안 수정안을 놓고 논란이 일었고, 사업이 지연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기초과학연구원(IBS)이 1단계 건립을 마치고 입주하면서 한동안 지지부진하던 세부 사업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2021년까지 세계 수준의 기초연구 환경을 구축하고 기초연구와 비즈니스를 융합하는 과학비즈니스벨트 청사진이 어떻게 다시 그려질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과학비즈니스벨트는 기초연구 거점 기능이자 과학 기반 산업을 융합하는 새로운 지식 클러스터다. 기초과학 수준은 물론 이를 토대로 한 산업 및 비즈니스 역량을 대폭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되는 초거대 국책 사업이다.
과학비즈니스벨트는 '과학' '비즈니스' '국제화' 세 가지 개념을 하나로 묶은 공간이다. 세계 수준 연구 성과를 창출할 기초과학연구원이 입주, 중이온가속기(RAON)와 첨단 대형 연구시설 장비를 구축하면 이들 인프라를 활용하려는 다양한 비즈니스와 산업이 만들어진다. 이곳에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우수 인재와 기관이 모여든다.
정부는 대전 '거점 지구'에 주요 시설을 조성한다. 신동·도룡·둔곡 지구 중심으로 세계 수준의 기초과학 및 첨단 비즈니스 허브를 만들 계획이다. 인근 세종시, 청주시, 천안시에는 '기능 지구'를 둔다. 기능 지구는 거점 지구에서 나온 성과를 연계·확산하는 역할을 한다. 지구별 특성화 전략을 반영해 공동 연구, 응용 및 개발 연구, 사업화에 나서게 한다는 그림이다.
최근 IBS가 1단계 건립 사업을 마치고 새 둥지에 입주한 것으로 붓칠이 시작됐다고 보면 된다. IBS는 2011년에 설립됐지만 그동안 사옥이 없어 이산가족과 같은 생활을 해 왔다. 본원은 대전 KT 대덕2연구센터에 두고 연구단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지냈다. 지난 1월에야 과학비즈니스벨트 도룡지구에 마련한 사옥으로 입주하기 시작, 6년여에 걸친 임대 생활을 청산할 수 있었다. 행정 조직 이전을 시작으로 오는 4월 30일까지 이전 작업을 지속한다.
이제야 본원에 연구단이 함께하기 시작한다. 그동안 실험연구단 일부 기능을 제외하고는 모든 연구단이 전국 각지에 산재해 있어 충실한 연구 성과 확대가 어려웠다. 28개 연구단 가운데 15개가 본원에 합류할 예정이다. 실험연구단, 인지 및 사회성연구단, 순수물리이론 연구단, 복잡계 이론물리 연구단, 유전체 교정 연구단을 시작으로 점차 늘려 나갈 예정이다.
올해 상반기에 2단계 사업 방향을 결정한다. 중이온가속기는 2021년까지 구축 완료가 목표다. 이를 위해 시설 건축과 장비 구축에 나선다. 중이온가속기는 원소의 생성 원리를 규명할 수 있는 희귀동위원소 기반의 기초과학 연구 수행 장치다. 총 사업비는 1조4314억원 규모다. 단군 이래 최대 기초과학 프로젝트다.
IBS는 2016년 이후 각종 시험시설 구축 및 부품 성능 시험을 진행해 왔다. 지난해 말에는 핵심 장치를 연결해 '산소 중이온빔' 인출에 성공, 중이온빔 인출이 가능함을 입증했다. 올해부터 가속장치를 비롯한 주요 장치 제작을 추진한다.
과학벨트 신동지구 내 부지 공사는 지난해 9월 시작했다. 비즈니스 기반을 차근차근 확보해 갈 예정이다. 거점 지구 산업 용지 분양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 신동·둔곡지구 1차 분양 신청 접수 결과 산업용지 68.4만㎡, 36개 필지 가운데 35개 필지에 226개사가 분양을 신청했다.
입주 기업 선정작업도 한창이다. 중이온가속기 관련 업종인 바이오·헬스·나노 분야가 74%인 27개로 가장 많이 선정됐다. 올해는 산업용지 27개, 연구용지 52개 필지 등 추가 토지 공급이 이어진다.
과학비즈니스벨트 기능 지구인 세종, 청주, 천안에서는 지구별 과학 비즈니스 혁신 역량을 강화할 '사이언스비즈(SB) 플라자'가 연내 완공 목표로 조성되고 있다.
양성광 연구개발특구재단 이사장은 11일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초과학 연구 성과가 바로 글로벌 시장으로 파급될 것”이라면서 “연구개발특구가 과학벨트 혁신 성장의 중추 역할 수행을 돕겠다”고 말했다.
정부도 지난달 말 과학비즈니스벨트 시행 계획을 수립했다. 과학비즈니스벨트 기본 계획의 3대 정책 부문, 12개 추진 과제를 구체화했다. 연내에 신동·둔곡지구 부지 조성을 완료하고, 거점 지구 스마트시티 조성 방안을 마련한다. 또 IBS 5개년 계획도 완성할 계획이다.
이창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성과정책관은 “과학비즈니스벨트 시행 계획을 추진해서 국가와 지역 경제의 지속 성장을 견인하는 혁신클러스터로 만들어 나가겠다”면서 “관계 기관과 혁신 주체 간 협력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추진 경과
<표> IBS 연구단 현황 (단위 :개)
<표> 과학벨트 거점지구 2018년 토지 공급 계획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