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창업과 재도전의 걸림돌이던 연대보증제도가 다음 달 2일 전면 폐지된다.
정부는 '금융 연좌제'로 불리던 연대보증제를 공공기관은 물론 은행권 대출에서도 모두 퇴출시키기로 했다. 기존의 대출·보증 기업은 심사를 통해 5년 동안 연대보증을 단계 폐지한다. 사업 실패로 과도한 채무와 사회 낙인이 찍힌 수많은 중소기업의 재기와 재창업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8일 금융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진흥공단,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시중 은행은 간담회를 갖고 다음 달 2일부터 모든 대출·보증에 연대보증 요구를 폐지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이 보증기관 보증서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보증부 대출에도 연대보증은 사라진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연대보증제로 인해 기업이 사업 실패 시 재기를 불가능하게 하는 부작용을 낳았다”면서 “법인 대표자의 연대보증도 공공기관 중심으로 폐지, 혁신창업 기업 육성의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은행 보증부대출 연대보증도 완전히 없어지도록 은행이 적극 협조해 주길 요청한다”면서 “4월 2일 연대보증 폐지 시행일에 맞춰 제도가 잘 실행되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신보, 기보, 중진공, 지역신보 등 공공기관은 다음 달 2일부터 중소기업 업력과 관계없이 법인 대표자에 대한 연대보증을 모두 폐지한다. 신규·증액 신청분도 포함된다.
은행권도 보증부대출 비보증분에 대해 연대보증 요구를 전면 폐지한다. 비보증분은 보증기금이 보증하는 85%를 제외한 은행 신용 대출 15%를 의미한다.
연대보증 폐지로 중소기업의 자금 공급이 위축되지 않도록 범정부 차원의 맞춤형 지원 체계도 가동한다. 우선 유동성 확보를 위해 신보 등 4개 공공기관이 약 25조2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공급한다. 지난해 대비 약 9000억원 늘었다.
책임경영 심사시 대출·보증 거절 사유도 최소화한다. 해당 기업이 횡령, 사기 등 법을 위반했거나 성실 경영이 일정 기준 미달일 경우에만 보증 불가 사유로 분류한다. 신용도와 관련된 지표는 책임경영지표에서 제외해서 대출·보증 심사 대상으로 편입한다. 창업 기업 특성상 충족하기 어려운 지표는 과감하게 심사 지표에서 제외한다. 자기자본 잠식 여부, 매출액 감소, 차입금 비중 과다 등이다.
특례 상품도 나온다. 보증과 대출이 축소된 기업 대상으로 구매자금 대출이나 할인어음 등 상거래용 자금을 지원한다.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에 대해서는 중소기업벤처부와 상환 유예, 신규 자금 등을 추가 지원하는 '중기 지원 119 프로그램'을 우선 지원한다.
연대보증 폐지를 악용하는 기업을 걸러 내기 위한 책임 경영 심사 기법도 개선한다. 책임 경영 심사 등급에 따라 대출 규모 및 이용 가능 상품을 차별화해 운영하고, 사전 심사 단계부터 대표자의 도덕성·책임성을 평가하는 제도를 도입된다. 기업이 대출받은 자금을 용도에 맞게 사용하고 있는지 사후 관리 시스템도 가동한다.
시중은행 동참을 위해 보증기관과 은행 간 보증부대출 비보증분에 대한 연대보증 폐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다음 달까지 은행과 보증기관 간 전산 시스템을 구축한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과거 보증기관에서 연대보증 일부를 없앴다고 했지만 공공연하게 연대보증이 운영됐다”면서 “현실에서 실제 제도가 운용되도록 관리 체계를 만드는 것이 선결 과제”라고 말했다.
〃 연대보증 폐지에 따라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이 위축되지 않도록 기업의 상황에 따른 맞춤형 지원체계 마련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