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이 헬스케어 분야를 노리고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 강자라는 입지를 활용, 헬스케어 시장 지배자로 진화하고 있다.
구글, MS, 아마존웹서비스(AWS), 오라클 등은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북미의료정보관리시스템학회(HIMSS) 2018'에서 헬스케어 플랫폼 전략을 공개했다. HIMSS는 헬스케어 IT 분야 세계 최대 행사로, 이날 500개 부스 4만5000명이 참가한다.
최대 화두는 구글 등 글로벌 IT 기업의 등장이다. 과거 에픽·서너 등 병원정보시스템(HIS) 기업과 필립스·제너럴일렉트릭(GE) 등 의료기기 기업이 주류를 이뤘다. 올해 글로벌 IT 기업은 헬스케어 솔루션의 새 모델로 '플랫폼 비즈니스'를 제시, 의료계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플랫폼 비즈니스 핵심은 클라우드 기반 생태계 구축이다. IT 기업은 의료 정보를 담을 '그릇(클라우드)'을 제공한다. 병원 등은 데이터 접근과 공유, 활용이 편리해져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한다. 헬스케어 기업에 시장 참여 기회를 주고, IT 기업은 의료 정보 활용 노하우를 확보한다.
구글은 '클라우드 헬스케어 오픈애플리케이션인터페이스(API)'를 공개했다. 임상 정보, 의료영상 정보, 건강 정보 등 다양한 데이터를 구글 클라우드에 저장한다. 정보를 활용할 인공지능(AI) 알고리즘도 제공한다. 구글은 클라우드에 환자 엑스레이 정보를 저장·분석하고 AI를 활용, 뼈 나이를 확인하는 시연을 했다.
에릭 슈미트 구글 전 최고경영자(CEO)는 “의사나 간호사, 연구진이 다양한 의료 정보에 접근하고 활용하는데 구글 클라우드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의료 솔루션 환경이 팩스나 호출기 등 과거 기술에 의존하는 것을 탈피하기 위해 클라우드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MS, AWS도 전략이 구글과 유사하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병원, 헬스케어 기업에 제공한다. 기계학습(머신러닝) 등 수요가 높은 API를 제공, 서비스 개발을 지원한다. MS는 헬스케어 솔루션 업체 8곳과 '애저' 기반 협업 사례를 선보였다. AWS는 기계학습 시스템 'AWS ML 스택'과 클라우드 기반 인구학건강관리(PHM) 솔루션을 공개했다. 오라클은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인력자원관리시스템(HCM) 등 주력 솔루션을 활용, 의료 정보 분석 시장을 공략한다.
앤드루 트랑 MS 월드와이드 헬스케어 매니저는 “병원이나 환자가 건강 관련 의사 결정을 빠르고 올바르게 하도록 돕는 플랫폼을 제공한다”면서 “클라우드를 매개로 하여 다양한 플레이어가 사업을 하도록 조력자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IT 기업은 대형병원, 구축형 솔루션으로 요약되던 기존의 헬스케어 솔루션 시장에 변화를 예고했다. IT 시스템 도입에 부담을 느끼고 있던 중소병원도 클라우드를 활용, 서비스를 고도화한다.
데이터 공유 체계를 갖추면서 빅데이터, 기계학습 접목 토대도 마련했다. 장기로는 조력자 역할에서 시장 지배자로 성장한다.
황희 이지케어텍 부사장은 “글로벌 IT 기업이 플랫폼 사업으로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 역량을 강화하면 전통의 솔루션 사업자를 위협하는 시장 지배자로 성장할 것”이라면서 “우리나라는 통신사업자가 이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데이터 활용 우려와 규제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