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기부 장관 100일, 큰 그림이 필요하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달 28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정부 조직 개편으로 중기청에서 중기부로 거듭난 지 170일 만이다. 비록 장관 취임까지 두 달을 허비했지만 출범 당시부터 중기부에 거는 기대는 남달랐다. 이번 정부에서 유일하게 외청에서 승격한 장관급 부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중기부 출범을 경제 정책 패러다임을 바꾸는 역사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100일을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 이제 걸음마를 막 뗀 상황에서 자칫 불필요한 시비가 생길 수 있다. 그나마 야당 견제에도 큰 공과 없이 무난하게 부처를 이끌었다는 총평이어서 다행스럽다. 홍 장관은 취임 후 현장에 답이 있다는 신념에서 중소와 벤처기업, 전통시장을 돌면서 목소리를 경청했다. 최저임금제 시행 이후 일자리 안정 자금을 위해 중소기업도 부지런히 뛰어다녔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기술을 뺏으면 최대 10배까지 배상하는 강력한 징벌성 손해배상제를 내놓는 등 굵직한 정책도 밀어붙였다.

아쉬운 점은 리더십과 무게감이다. 중기청에서 중기부로의 승격은 경제 정책 패러다임을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바꾸는 선봉장 역할을 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고용 없는 저성장 시대를 벗어날 대안으로 중소기업 주도의 경제 구조 개혁을 요구한 것이다. 경제 구조를 바꾸는 작업에 업무 범위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대상은 한국 경제의 모든 산업과 업종이다. 어떤 부처가 갖지 못한 특권이자 장점이다. 장관급으로 승격한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중기부는 경제 구조 변화라는 큰 틀에서 새로운 산업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 중소기업 중심의 산업 설계 능력도 절실하다. 큰 그림을 위해서는 다른 부처와의 협업도 필수다. 중소와 벤처 기업을 경제 성장 동력으로 이끌 수 있는 정책도 필요하다. 모두 강력한 리더십이 뒷받침돼야 한다. 전통시장, 골목상권, 소상공인만 주물럭거려서는 '빅 픽처'가 나올 수 없다. 산업부 외청이 아닌 독립 부처로서의, 청장이 아닌 장관으로서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기부는 단순히 중기청 확장 부처가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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