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파리지옥 원리 이용한 고분자 인공근육 개발

국내 연구팀이 끈적한 액체로 벌레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잡는 식충식물 파리지옥의 원리를 응용한 고분자 인공근육을 개발했다.

포스텍은 박문정 화학과 교수, 통합과정 김승제 씨가 식물 뿌리나 잎이 보이는 자발적인 굽힘 및 부피변화를 모방, 전력공급 없이도 움직임을 유지할 수 있는 고분자 액추에이터를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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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정 포스텍 교수

의수나 인공근육에는 움직임을 구동시킬 기계가 필요한데, 바로 이 기계를 액추에이터라고 부른다. 몸에 부착해 환자들의 움직임을 돕는 웨어러블 기계나 인공근육, 섬세한 움직임이 요구되는 의료로봇 등에는 전력을 적게 소모하면서 전력이 공급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움직임을 유지할 수 있는 기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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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지옥 원리 이용한 고분자 인공근육 모식도

지난해 뇌졸중 환자의 보행을 돕기 위해 개발된 하버드대의 '엑소수트'는 획기적인 웨어러블 기기로 주목을 모았다. 하지만 구동기가 소프트하지 않고, 지속적인 전력 공급을 요하는 모터나 기어와 같은 부피가 큰 부속부품 때문에 '입을 수 있지만 입을 수 없는' 기계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연구팀은 식물 뿌리가 환경 변화에 맞추어 부피를 변화시키는 원리를 모방, 빛과 전기에 의해 활성화되는 이중층 구조의 고분자(LEAP)를 이용해 액추에이터를 개발했다. 이 액추에이터는 기존 전기감응성 액추에이터에 비해 변형률이 350%나 증가했으며, 3배나 무거운 물체를 들어올릴 수 있다.

특히 전원을 공급하지 않을 때에도 파리지옥이 스스로 덫을 닫아 잠그는 것처럼 빛과 전기신호를 받으면 자동으로 움직임이 잠기게 된다.

전력이 없어도 물체를 잡은 채로 유지할 수 있으며, 소비전력도 수 mWh 수준으로 낮출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개발된 전기감응성 액추에이터의 소비전력이 수백 mWh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획기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연구팀은 액추에이터가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표면에 도마뱀 발바닥처럼 마이크로 패턴을 도입, 변형률을 2배나 늘렸다. 물체의 표면에 잘 달라붙는 성질도 구현했다.

이 결과는 액추에이터가 다양한 동작을 할 수 있음은 물론, 표면을 이용한 특성을 개발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박문정 교수는 “지금까지 국내외 연구자들은 전기감응성 고분자 액추에이터의 소비전력을 낮추기 위해 구동전압을 낮추려고 했지만, 식물의 뿌리나 파리지옥의 이중층 구조를 모사함으로써 소비전력을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마이크로 로봇은 물론 소프트 로봇, 의료 로봇, 웨어러블 로봇, 생체 모방형 기기 개발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는 최근 소재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스(Advanced Materials)' 표지논문에 실렸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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