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GM본사가 2011년 말부터 한국지엠이 자체 발명·개발한 기술 특허권을 GM본사로 이전 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허기술 권리와 수익을 전부 GM본사가 챙겨갔다면 부당한 착취 구조가 실제 존재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더욱이 한국지엠에는 GM 두뇌역할을 하는 글로벌 기술연구소가 자리하고 있어 특허권 가로채기 논란이 예상된다.
21일 특허청에 따르면 2011년 10월 이후 한국지엠 이름으로 출원된 특허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까지는 GM 계열의 특허가 '한국지엠 주식회사'(한국지엠) 이름으로 388개, '지엠 글로벌 테크놀로지 오퍼레이션스 엘엘씨' 이름으로 432개가 등록돼 있다. 하지만 GM이 한국지엠의 특허 출원원 주체를 GM 본사로 옮겼기 때문이다.
2011년 10월 이전에는 특허 발명자가 국내 연구진일 경우 한국지엠, 해외 연구진이면 GM 글로벌로 출원인이 기재됐지만, 이후에는 전부 GM 글로벌이 출원인으로 기재됐다. 한국지엠으로 출원했던 일부 특허는 추후 지엠 글로벌로 권리가 전부 이전되기도 했다.
이 결과 한국지엠이 보유한 특허기술을 활용해 벌어들인 기술지원계약 수익은 지난 2010년 2464억원에서 2016년 361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매년 다수 회사와 기술지원계약을 통해 로열티 등의 수익을 내왔다. 계약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2010년 2464억원에서, 2011년 1877억원, 2012년 1759억원, 2013년 1186억원 등으로 급격히 줄었고, 2016년엔 361억원까지 하락했다.
한국지엠이 매년 연구·개발(R&D) 비용 명목으로 매년 6000억원 이상을 꾸준히 지출한 점을 고려하면, 쉽게 납득할 수 없는 GM 간 거래구조다.
GM이 군산공장 운영 과정에서 본사에 대한 기술 자문료 등 명목으로 지나친 비용을 부담시켜 왔다는 지적이 제기된 상황에 한국지엠의 연구에 따른 권리와 수익을 전부 본사에서 챙겨갔다면 부당한 착취 구조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한국지엠 부평공장은 GM의 수출 효자품목을 생산하는 거점 공장인데다 경소형차 연구·개발(R&D)을 책임지는 연구소가 위치하고 있다. 이 연구소 내 디자인·엔지니어링센터에서는 경소형차 R&D에 주력해왔다. '트랙스'와 소형 승용차 '스파크' 개발이 이뤄졌고, 친환경차 '볼트(Bolt)' 디자인 작업은 물론 LG화학·LG전자 등과 전기차 핵심인 배터리 시스템 개발도 이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