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움' 신입 간호사들을 괴롭히는 독특한 문화…태움이 존재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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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 연휴에 서울의 한 대형병원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유가 '태움'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설 연휴에 서울의 한 대형병원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유가 '태움'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태움'문화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간호사들에겐 '태움'이라는 독특한 문화가 존재한다. 태움은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가리키는 말이다. 병원 내 선배 간호사는 후배를 상대로 폭언, 폭행 및 따돌림을 일삼는다.

 
간호사들의 잦은 이직과 퇴사로 선·후배 간의 업무 의사소통이 원활히 되지 않는 것도 '태움'이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직률이 높은 탓에 입사 100일을 채우면 잘 버텼다는 의미에서 파티를 열어주는 병원도 있다.

실제로 간호사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엔 "내 가방을 캐비넷에서 꺼내더니 당장 눈앞에서 사라지라고 했다" "실습생을 앞에 세워놓고 나를 향해 '쟤는 어떻게 들어왔지'라는 말을 했다" "하도 당해서 한 달 동안 4kg이나 빠졌다" 등 태움을 당했다는 내용이 넘쳐났다.

하지만 태움문화를 대하는 선배 간호사들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병원은 생명과 직결된 곳이기 때문에 후배의 실수를 어물쩍 넘기기보단 따끔하게 지적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한 실수로 혼난 걸 '태움 당했다'고 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태움'을 근절시키려면 간호사의 근로 환경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교대 근무로 업무 인수인계까지 해야 하는 체계 속에서 전(前) 근무 간호사가 맡은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이후 교대하는 간호사의 업무량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신참인 간호사는 업무 처리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기 때문에 가뜩이나 일이 많은 선배 간호사의 태움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지난 15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신입간호사의 남자친구라고 밝힌 A씨는 간호사 온라인 익명 게시판을 통해 "여자친구의 죽음이 그저 개인적인 이유라고 생각되지 않는다"며 "'태움'이라는 것이 여자친구를 벼랑 끝으로 몰아간 요소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고인의) 가족과 남자친구에 대한 1차 조사를 마친 상태"라며 "병원 관계자도 곧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윤민지 기자 (yun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