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은 프랑스의 경제 원동력입니다. 한국과 닮은 점이죠.”
파비앙 페논 주한 프랑스 대사는 “프랑스는 정부 차원에서 혁신 분야에 적극 투자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프랑스는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아셈(ASEM) 경제장관 회의에서 한국의 4차 산업혁명 이니셔티브를 지지한 바 있다.
페논 대사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산업정책이 혁신지향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면서 “프랑스에는 대기업은 물론 수많은 혁신기업과 스타트업이 있고, 혁신을 지원하는 여러 장치도 마련됐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프랑스에는 공공투자은행 BPI, 유럽 최대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스테이션 F 등이 운영 중이다.
프랑스는 4차 산업혁명에 앞서 기업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정책 지원도 마무리됐다. 노동법 현대화와 법인세 인하, 부자세 폐지 및 일률 과세 도입, 저임금에 관한 기업분담금 완화 등이다. 새해가 밝자마자 혁신·산업기금 100억유로가 조성되기도 했다. 항공과 우주, 농식품, 제약, 화장품 등 주요 산업이 버티고 있고 유럽과 아프리카 진출에 유리한 지리적 위치도 도움이 된다고 페논 대사는 설명했다.
페논 대사는 프랑스 경쟁력으로 기업 혁신능력을 꼽았다. 최근 보스턴 컨설팅 그룹 조사에서도 프랑스가 혁신 지표에서 3위를 차지했다.
그는 “혁신 중심엔 스타트업이 있다”면서 “2016년 상반기에만 10억유로를 투자하는 등 스타트업 자금 조달 규모가 유럽 2위”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스타트업은 라 프렌치 테크(La FRENCH Tech)로 대변된다. 라 프렌치 테크는 스타트업 육성 정책이다. 혁신 기술을 가진 기업과 창업가에 투자한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핀테크 등 다양한 기술 분야에 투자가 집중된다.
2014년부터는 '프렌치 테크 티켓'이라는 외국 스타트업 유치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해외 스타트업을 선발해 자금을 지원하고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한다. '프렌치 테크 비자'는 해외 스타트업 창업자나 투자자, 프랑스 스타트업에 채용된 외국인 직원 등 해외 인재 유입에 쓰인다. 덕분에 프랑스에 1만2000개 스타트업이 새로 생겼다. 마크롱 대통령이 '스타트업의 국가'라고 표현할 정도다.
프렌치 테크 허브는 프랑스 정부가 스타트업 상호 진출을 위해 해외에 설립한 지원센터다. 서울은 미국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이스라엘 텔아비브, 일본 도쿄, 러시아 모스크바에 이어 2016년 여섯 번째로 들어섰다.
올 초 열린 CES에는 370개가 넘는 프랑스 업체가 참가했다.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였다. 이 가운데 284개가 스타트업이다.
프랑스 정부가 나서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고용 창출이다. 고용은 한국처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라고 페논 대사는 설명했다.
페논 대사는 “마크롱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첫 6개월 간 노동법이 개정됐다”면서 “앞으로도 개혁은 이어지고 여기에 실습과 직업교육, 실업보험 개혁이 더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직업교육 혁신에도 투자한다. 150억유로 규모다. 직업교육과 실습 개혁을 위한 논의가 시작됐다. 올 봄에 법안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1월 프랑스 베르사유에서 열린 '프랑스를 선택하세요(Choose France)' 행사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프랑스의 의지가 담겨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고위 인사 15명이 참석해 주목을 끌었다. 이날 마크롱 대통령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페논 대사는 한국 기업의 프랑스 진출도 기대했다. 200개가 넘는 프랑스 기업이 한국에 진출해 있고 2만8000명 이상을 고용했지만 프랑스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50여개에 그친다. 양국 간 협력 모델을 다양화하고 투자를 늘리는 게 그의 목표다.
페논 대사는 “프랑스 잠재력은 유럽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에게 점점 알려지고 있다”면서 “삼성과 네이버, SPC가 직접 투자한 것은 물론 파리 근교 지역 부동산 시장에서도 한국 투자자가 큰 손”이라고 말했다.
유창선 성장기업부 기자 yuda@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