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원공사 '4대강' 등 기록물 302건 무단 파기하려다 들통

한국수자원공사가 이명박 정부 때 작성한 '4대강 사업' 자료가 포함된 기록물 원본 자료를 무단 파기하려다 적발됐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이번에 적발된 건 이전에 이미 16톤에 달하는 자료를 심의 절차 없이 무단 폐기했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12일 수자원공사가 기록물 원본을 폐기업체로 반출해 무단 파기하려 한다는 제보를 접하고 현장에서 407건의 기록물을 확보해 파악한 결과, 302건이 원본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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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원공사가 파기하려던 문건.

이들 기록물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공공기록물법)'에 따라 등록해야 하는 문서였다. 문서를 파기할 때 심의 절차를 거처야 하는데, 수자원공사는 이런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국가기록원이 원본기록물로 확인한 302건은 결재권자 서명이 수기로 기재된 문서다. 이들 가운데 '소수력발전소 특별점검 조치결과 제출'과 '해수담수화 타당성조사 및 중장기 개발계획 수립' 등을 비롯, 국토해양부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에서 수자원공사에 보낸 기록물도 포함됐다.

'대외주의'라고 표기된 '경인 아라뱃길 국고지원' 보고서나 수자원공사 경영진에게 보고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부사장(Vice) 보고용' 문구가 적힌 기록물도 있다.

대통령을 뜻하는 'VIP 지시' 문구가 담긴 경인 아라뱃길 국고지원 보고서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6월을 전후해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보고서에는 경인 아라뱃길 사업에 5247억원의 국고를 지원하는 계획과 함께 '국고지원을 하더라도 1조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의견도 적시됐다.

수자원공사는 같은 제목의 보고서를 공공기록물로 등록했지만, 해당 보고서는 1조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의견이 빠진 '다른 버전'이었다고 국가기록원은 설명했다.

국가기록원은 수자원공사가 생산 과정에 있는 문서는 원칙적으로 기록물로 등록해야 한다는 법 규정을 어긴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고의로 누락한 것인지, 우발적 실수로 등록하지 않았는지 조사권한이 없어 확인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수자원공사는 '2017년 주요 기록물 관리 실태점검'에서 기록물 무단 파기로 지적받았다. 이 내용은 1월 9일 국무회의에 보고됐다. 국가기록원은 수자원공사가 올해 1월 9일부터 18일까지 총 5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기록물 반출, 파기했다고 밝혔다. 이 중 1∼4회차에서는 총 16톤 분량이 기록물 폐기목록 작성이나 심의 절차 없이 파기됐다.

수자원공사는 1월 18일 다섯 번째 자료 파기를 시도했으나 용역업체 직원이 반출 서류 중 '4대강' 업무바인더 등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에 제보하면서 무단 파기 행각이 들통났다.

국가기록원은 수자원공사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국토교통부와 시민단체의 의뢰를 받아 수사 중인 경찰 등 관계기관에 기록물 파기 관련 자료를 제공할 예정이다.

수자원공사는 지난해 국가기록원의 실태조사에서 2016년 12월 과천에서 대전으로 이전하면서 폐기목록조차 남기지 않고 폐지업체를 통해 서류를 없앤 사실 등이 드러나 지적받았다.

수자원공사는 “국가기록원이 원본기록물로 분류한 302건은 대부분 보존연한이 경과돼 이미 파기 됐어야 할 문서이나 편의상 보관하던 자료”라면서 “국가기록원이 지적한 절차상 문제는 겸허히 수용한다”고 밝혔다. 수자원공사는 “체계적인 기록물 관리를 위해 '기록물관리 개선 전사 TF'를 구성해 개선방안을 마련한다”고 덧붙였다.


김인순 기자 ins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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