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 기업의 헬스케어 산업 진출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구글은 2013년 칼리코라는 바이오벤처 자회사를 만들어 노화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눈물로 당뇨 수치를 측정하기 위해 스위스 노바티스 자회사와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개발한다. IBM은 인공지능(AI)으로 개인의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 병원 의료진에게 치료 옵션을 추천한다.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16년에 8조5490억달러에 이르렀다. 이는 자동차와 반도체 시장을 합한 것보다 크다. 많은 IT 기업이 IT와 데이터 기반 분석을 접목, 헬스케어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바이오헬스 분야를 주력 산업으로 기르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업무 보고에서 사물인터넷(IoT) 가전, 에너지 신산업 등과 함께 바이오·헬스를 5대 신산업으로 꼽으며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바이오헬스 분야 육성 계획을 세우고 있다.
빅데이터와 AIF를 기반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산업의 중심에 서게 될 바이오헬스 분야에서 창업과 일자리 창출은 매우 중요하다. 이들은 모두 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의료 데이터 활용이 열쇠다. 개인이 일상생활에서 평생 동안 만들어 내는 의료 정보는 1100테라바이트(TB)로, 3억권의 책과 맞먹는 분량이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발생하는 유전체 데이터는 6TB, 병원을 통해 생성되는 의료 정보 데이터는 400기가바이트(GB) 수준이다. 이들을 합하면 실로 엄청난 양이다. 이들을 어떻게 체계화해서 분류하고 활용할 지가 관건이다.
전 세계로도 의료 정보를 활용해 창업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덴마크, 스웨덴은 의료비 청구서 데이터베이스(DB) 등의 민간 접근 정도가 100%다. 미국 역시 의료 데이터를 활용한 제품과 서비스 개발 벤처 기업을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다. 국내도 바이오 데이터 개방 관련 규제 개선에 가장 먼저 뛰어들어야 한다.
의료 데이터와 IT 융합으로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하게 될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담대한 융합이 필요하다. 이종 기업 및 공공기관, 병원, 대학,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협회, 금융사, 지방자치단체 등과 통합된 협업이 가능하도록 국가 차원의 마당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산업부가 계획하고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얼라이언스의 출범은 IT와 헬스케어 대융합의 시도가 될 것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얼라이언스를 기반으로 창업과 일자리 창출의 실마리가 풀려야 한다. 그 선결 과제로 의료 데이터 개방을 추진해야 한다. 관련 사업에 대한 투자도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산업부는 한국바이오협회와 공동으로 바이오 분야 창업 활성화를 위해 초기 바이오벤처를 지원하는 기금을 조성했다. 2016년 11월 민간 기업과 공동으로 385억원의 펀드를 조성, 현재까지 기업 지원을 해 오고 있다. 특히 민간 투자 유치를 끌어낸 것이 매우 의미 있는 시도였다. 정부의 마중물이 민간 투자의 동기 부여로 이어지는 순환 모델은 지속돼야 한다.
앞으로 5년이 국내에는 바이오 산업 골드타임이 될 것이다. 국가 차원으로 이 타이밍을 잡아서 의료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창업과 일자리 창출의 반석을 마련해야 할 때다.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 회장 jeongsuns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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