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103>숨은 시선 찾기

Photo Image

매일 오전 7시. 갓 구운 크루아상이 가게 선반을 채운다. 다른 곳보다 한결 큼직하고 먹음직했다. 소금기 감도는 껍질은 감칠맛 났다. 아버지가 물려진 자랑거리였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고객의 반응이 이상했다. 선뜻 집어 드는 대신 우물쭈물했다. 미간을 찌푸리고 마지못해 집어 들기도 했다. 한참 지나서 찾게 된 이유는 단순했다. 손대중으로 대충 주무른 반죽이 문제였다. 너무 눅눅하거나 부스러기가 됐다. 먹어 보기 전까지 알 방법이 없는 이것은 단골 사이에 큰 고민거리가 됐다.

Photo Image

혁신이란 어떤 것일까. 기업 전유물일까. 존속성, 와해성 같은 용어만으로 주눅 들게 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의 데이비드 로버트슨 교수에게도 쉽지 않은 질문이었다. 작고 쉽지만 효과 높은 방법은 없을까.

로버트슨 교수는 고프로(GoPro)란 기업을 본다. 네 가지를 따라해 보자고 말한다. 첫째는 고객 시선으로 보기다. 서핑은 더없이 짜릿한 운동이다. 친구에게 설명하고 싶다. 방법은 마땅치 않다. 카메라를 든 채 서핑할 수는 없지 않은가.

2006년 고프로는 어디든 붙였다 뗐다 하는 초소형 비디오카메라를 선보인다. 기술이야 특별할 것이 없다. 더 선명한 화질도 아니다. 그러나 내 삶의 기쁨을 보여 주기엔 안성맞춤이다.

둘째는 시선을 달리해서 보기다. 서핑보드에 부착된 카메라가 보여 주는 물보라만큼 서핑의 짜릿함을 보여 주는 것은 없다. 유리잔 시각에서 샴페인 병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품만큼 더 선명한 기쁨도 없다. 고프로는 내 감정을 담아내는 어떤 물건에든 붙어서 그것의 시선으로 볼 수 있게 했다.

셋째는 숨겨진 시선 찾기다. 고프로가 뜨자 많은 경쟁 기업이 카메라를 바라봤다. 그러나 정작 핵심은 탈착식 부착대에 숨어 있었다. 카메라는 사람의 눈에서 떠나 존재할 수 있다. 서핑보드·헬멧·강아지, 심지어 훌라후프 시선으로 세상을 보여 준다.

넷째는 고객이 누구인지를 보았다. 새로운 시장, 새로운 고객을 찾는 대신 제대로 가치를 전달할 묶음을 찾아냈다. 카메라는 몇 개 안 되지만 온갖 종류의 부착대와 액세서리를 만들었다. 심지어 볼트 조임용 렌치도 있다. 카메라를 생각하면 필요 없는 물건이지만 모험가에게는 필수품이다. 소니가 화질을 생각할 때 고프로는 고객이 누구인가 따져 봤다.

고프로는 한때 소니보다 7배 많은 액션 카메라를 팔아치웠다. 월등한 혁신 제품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뭔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들이댄 것도 아니다.

어느 동네 빵집의 선택도 비슷했다. 반죽 분량을 정하는 것은 난해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번갈아 맡은 반죽 당번에겐 번거로운 일이었다. 좀 남더라도 10개 단위로 만들기로 한다. 반죽에 들어갈 밀가루, 계란, 버터 양은 표로 만들어 붙였다. 새 반죽으로 나온 첫 크루아상은 잘라서 시식 접시에 담아 놓았다. 출근 시간에는 빵과 커피를 묶어서 싼값에 내놓는 것으로 단골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고프로가 말해 주는 해법도 비슷하다. 나사 렌치 반대편에 뜬금없이 병따개를 달았다. 언뜻 이해되지 않지만 많은 고객은 기억에 남는 혁신 제품으로 이것을 꼽는다. 나사를 조이는 것과 병마개를 따는 것은 모험의 처음과 끝이다. 감히 카메라 기업이 떠올릴 수 없는 동질감을 보여 준다. 고객의 가치 시선으로 바라보기. 대개 거기에 해답이 있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