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사, 상표권 사용에만 年1조원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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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집단 지주(대표)회사가 계열사로부터 연간 총 1조원에 가까운 '상표권 사용료'를 받았다. LG, SK 지주회사가 받는 연간 상표권 사용료만 각각 2000억원을 넘었다.

공정위는 자산총액이 5조원을 넘는 총 57개 대기업집단의 상표권 사용료 수취 현황, 공시실태를 점검한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57개 대기업집단 가운데 20개 집단의 20개 회사(지주회사 또는 대표회사)가 277개 계열사로부터 연간 9314억원(2016년 기준)을 상표권 사용료로 받는다. '삼성', 'LG' 등 상표(문자·기호·도형 등 상표법상 상표)를 계열사가 사용하는데 연간 약 1조원을 지불하는 것이다.

대기업집단의 브랜드를 계열사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사용료를 받는 것은 정당한 거래다. 다만 과도한 상표권 사용료 지불은 총수일가 사익편취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공정위가 이번 처음으로 실태를 파악했다.

계열사가 지급하는 상표권 사용료는 기업집단별로 차이가 컸다. LG(2457억), SK(2034억)는 연간 2000억원이 넘었다. 600억~900억원 3개(CJ, 한화, GS), 300억~500억원 3개(한국타이어, 두산, 한진), 100억~300억원 5개(코오롱, 한라, LS, 금호아시아나, 한솔), 나머지 7개는 100억원 미만이었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기업집단별로 상표권 사용료 수입액에 차이가 큰 이유는 지급회사 수, 사용료 산정기준 금액, 사용료 산정기준 비율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라며 “상표권 사용료를 지급하는 계열사 수는 최대 58개(SK)에서 최소 1개(한국타이어)로 집단별 큰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상표권 사용료는 보통 매출액이나 매출액에서 광고선전비 등을 제외한 금액에 일정비율(사용료율)을 곱하는 방식으로 산정했다. 삼성을 제외하고 집단별로 1개 대표회사가 상표권을 보유하고 사용료를 받았으며, 이 가운데 지주회사가 14개로 다수를 차지했다. 삼성은 삼성물산 등 17개사가 상표권을 공동 보유하고 있다.

공정위는 상표권 수수료를 받는 20개 기업집단 가운데 13개(65%)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상표권 사용료가 수취회사의 매출액, 당기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중에서 상표권 사용료 비중이 가장 높은 기업집단은 CJ(66.6%), 당기순이익 중 상표권 사용료 비중이 가장 높은 기업집단은 코오롱(285.3%)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상표권 사용료 수수현황 중 현행 공시규정상 공시대상에 해당하는 것이 일부에 불과하고, 이 경우에도 공시내용이 불충분했다고 밝혔다. 점검 결과 4개 집단(미래에셋, 금호아시아나, 한국타이어, 코오롱) 소속 7개사가 총 8건 공시의무를 위반해 총 2억9550만원 과태료를 부과했다.

공정위는 공시규정 개정으로 '상표권 사용 거래 현황'을 기업집단 현황 공시 의무 사항으로 정할 방침이다. 상표권 사용 계약이 대부분 1년 단위로 이뤄지는 점을 고려해 연공시(매년 5월 31일, 1회 공시) 사항으로 규정한다.

신봉삼 국장은 “상표권 사용료 정보를 시장에 충분히 제공해 기업 스스로 정당한 상표권 사용료를 수수하도록 유도할 것”이라며 “향후 상표권 사용료 공시 실태, 수취현황을 매년 공개하고 사익편취 혐의가 뚜렷한 행위는 공정거래법 적용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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