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마트 식품 코너에 가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냉면이나 우동뿐만 아니라 짜장면, 스파게티, 부대찌개, 쌀국수까지 식당에나 가야 먹을 수 있던 요리가 먹음직스러운 '조리예' 사진과 함께 진열대를 꽉 채우고 있으니 말이다. 간단히 끓이거나 볶기만 하면 괜찮은 요리 하나가 뚝딱 만들어지는데 맛도 꽤 좋다. 한국인 대표 간식이자 간편식인 라면만 하더라도 종류가 어마어마할 뿐만 아니라 라면 맛있게 끓이는 비법 하나 쯤은 가지고 있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이렇게 요리하기 간편하고 맛있기까지 한 가공식품을 많이 먹다 보면 괜히 신경 쓰이는 게 있다. 각종 첨가물이 많이 들어있다는데 많이 먹어도 괜찮을까. 어떤 첨가물은 발암물질이라는데 오늘 내가 산 제품에도 혹시 들어있나.
첨가물이 과연 우리 몸에 유해한지에 대한 얘기는 잠시 미뤄두고 먼저 내가 산 식품에 어떤 물질이 들어있는지 궁금하다면 용기나 포장지 구석구석을 탐험해 보자. 무심코 지나쳤던 식품 용기나 포장지는 맛난 먹거리 외에도 꽤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어떤 재료로 언제 만들었는지 안다, 그뤠잇!
집에서 여러 가지 재료와 양념을 넣어서 요리하는 것처럼 가공식품을 만들 때에도 주재료와 함께 맛을 내기 위한 여러 가지 양념과 부재료를 넣는다. 여기에 맛을 더 강하게 하거나 오랫동안 신선함을 유지하고 더 맛있어 보이게 하는 등 여러 가지 목적을 위해 '식품첨가물'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물질이 첨가된다.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이미 조리가 다 된 가공식품을 사면 집에서 요리할 때와는 달리 어떤 재료가 쓰였는지를 알기 힘들다. 특히 음식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자신이 먹으면 안 되는 재료가 사용됐는지 여부를 아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판매하는 식품에 소비자가 알아야 할 사항을 뽑아 제품의 용기나 포장지에 반드시 표시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표시하고 있다.
이렇게 식품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표시해 놓은 것을 보통 '식품라벨'이라고 부른다. 식품라벨은 일반적으로 용기나 포장지 전체가 해당되는데 제품명과 내용량, 열량이 비교적 눈에 잘 띄게 표시된다. 식품유형, 유통기한, 원재료명 및 함량, 용기재질 등 법에서 정한 여러 항목이 표 형식으로 실린다. 원재료 부분에는 땅콩이나 우유, 메밀, 돼지고기, 복숭아 등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대표 식품이 들어있는지 여부도 명시해야 하며 보관이나 먹을 때 주의해야 할 사항과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칼슘 등 주요 영양 성분도 별도로 표시한다.
◇식품첨가물은 원재료명에 표시
식품라벨 항목 중 우리가 특히 관심을 갖는 식품첨가물은 바로 '원재료명' 또는 '원재료명 및 함량' 부분에 표시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사용되는 식품첨가물은 감미료, 향미증진제, 보존료, 산화방지제 등 용도에 따라 크게 31가지로 나뉜다. 햄이나 베이컨 등의 색을 좋게 하는 아질산나트륨이나 주로 탄산음료의 보존 기간을 늘이는 안식향산, 맛을 좋게 하는 L-글루탐산나트륨(MSG)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향미증진제, 합성보존료, 발색제 등 일부 식품첨가물은 '아질산나트륨(발색제)'처럼 첨가물 이름과 용도를 함께 표시하도록 돼 있다.
이들 식품첨가물은 음식을 통해 직접 우리 몸으로 들어가는 물질이기 때문에 먼저 인체에 안전한 것으로 확인된 물질들이며, 평생 동안 매일 먹어도 인체에 해롭지 않은 양이 1일섭취허용량으로 정해져 있다. 그런데 실제 제품 1개에는 1일섭취허용량보다 훨씬 적은 양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보통 식생활에서 특정 식품첨가물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할 가능성은 적다. 오히려 식품첨가물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맛이나 보존기간 문제로 지금처럼 다양한 가공식품을 즐길 수 없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화장품 성분도 알 수 있다!
식품뿐만 아니라 화장품도 포장지나 용기를 잘 살펴보면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 알 수 있다. 화장품은 정제수, 글리세린, 에탄올 등 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된 모든 성분을 표시하게 되어 있는데 50㎖나 50g 이하 제품은 일부 성분만 표기할 수 있다. 다만 이 때는 매장에 전 성분이 표시된 책자를 두거나 용기나 포장지에 문의처를 표시해야 한다.
성분 물질을 적을 때에는 함량이 높은 순서로 앞에서부터 적는다. 함량이 낮은 성분이 뒤쪽에 표시되기 때문에 혹시 특정 물질에 알레르기가 있다면 성분을 끝까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유해성 논란이 있는 파라벤 같은 보존제도 성분 항목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화장품 용기에는 보통 'EXP20190826까지'처럼 2019년 8월 26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사용기한 표시와 함께 12M이나 6M이라는 표시가 있다. 이것은 각각 개봉 후 12개월, 6개월 동안 사용 가능하다는 뜻이다.
식품이든 화장품이든 라벨에 빼곡하게 정보를 표시하는 것은 모두 안전한 섭취, 안전한 사용을 위해서다. 유통기한이나 제조일자가 적혀 있기에 신선한 식품을 살 수 있고, 원재료명이나 성분을 보고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식품과 화장품을 피할 수 있다. 생각보다 많은 정보가 들어 있는 라벨, 그냥 지나치지 말고 한 번쯤 눈여겨보는 것은 어떨까.
글:현계영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