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한겨울 에어컨 대전 배경... "시장 선점과 수요 분산"

에어컨 업계가 한겨울인 1월에 에어컨 신제품을 발표하는 것은 일종의 관행이다. 제조사는 연초에 플래그십 제품을 공개하고 여름 직전에 보급형 모델을 추가로 내놓는 전략을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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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기에 앞서 시장 선점과 더불어 수요도 분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기 청정과 제습 기능을 갖춘 에어컨이 '사계절 가전'으로 거듭나면서 수요 분산 효과에 불을 붙였다. 미세먼지 이슈가 떠오르면서 제조사들이 프리미엄 에어컨에 공기 청정 기능을 넣기 시작했다. 특히 LG전자는 공기 청정 탑재 기종 수를 지난해 10개에서 15개까지 50% 늘렸다.

LG전자 관계자는 28일 “에어컨 연초 고객은 프리미엄 제품, 5~6월 고객은 냉방에만 각각 충실한 보급형 제품을 찾는 경향이 있다”면서 “공기 청정 기능도 에어컨의 1월 수요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에어컨의 상반기 출시는 여름철 수요가 몰리는 데 따른 물량 부족과 설치 지연을 막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이로써 성수기(6~8월)를 제외한 월별 판매량 비중도 크게 증가했다. 다나와리서치에 따르면 상반기(1~5월) 판매량 비중은 2015년 27.4%에서 지난해 40.3%까지 증가했다. 같은 기간에 이마트에서 발생한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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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등 제조사가 1~3월 에어컨 마케팅에 주력, 비중은 계속 늘 것으로 전망된다. 에어컨 제조사 입장에서는 상반기 수요 증대로 수익 안정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제조사의 4분기 가전 부문 매출은 에어컨 매출의 계절성 영향을 받아 전 분기에 비해 감소한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 28일까지 무풍에어컨 스탠드형과 벽걸이형 동시 구매 고객에게 20만원 상당의 멤버십 포인트, LG전자는 4월 3일까지 최대 70만원 상당의 페이백을 각각 제공한다. 캐리어에어컨은 3월 31일까지 2018년형 2+1 제품 및 싱글 제품 구입 시 SK텔레콤 '누구 미니'를 증정한다. 대유위니아는 최대 40만원에 이르는 상품권을 지급할 예정이다.

이는 더 이상 냉방 기술력이 에어컨의 주 구매 요인이 아니란 것을 의미한다. 정유림 다나와 계절가전 담당 CM은 “지난해 에어컨 시장에서는 냉방력과 효율보다 '쾌적함(직접 닿지 않는 바람, 공간 감지)'과 관련된 기능 선호도가 높았다”면서 “올해의 경우 삼성전자는 무풍, LG전자는 '딥씽큐'와 간접바람 등의 기능을 각각 앞세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기 청정, 인공지능(AI)과 같은 신규 기능이 주로 스탠드형 제품에 적용됨에 따라 스탠드 에어컨 선호도도 높아졌다. 에어컨 형태별 판매량 점유율 가운데 스탠드 에어컨 비중은 2016년 18.99%에서 지난해 21.77%로 상승한 데 이어 올해도 지속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