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다니엘 디시코 애플코리아 대표이사는 국내에서 형사 고발됐다.
쿡 CEO 등을 고발한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이하 소비자주권)는 애플이 사전 고지 없이 아이폰 소프트웨어(SW) 업데이트를 통해 성능을 낮춘 게 신규 아이폰 판매를 유도하기 위한 사기라고 주장했다. 소비자 이익에 반하는 아이폰 상태 변화를 야기한 것은 손괴라는 판단이다. 기기 장애를 발생시켜서 소비자 은행 송금, 주식 매입, 문서 작성, 정보 검색 등에 차질을 빚게 한 것은 업무 방해라고 판단했다.
최대 관심은 쿡 CEO와 디시코 대표가 국내 검찰 조사에 응할 지다.
고발인의 대리인 정준호 법무법인 평우 변호사는 “고발장을 접수했기 때문에 검찰이 피고발인에게 조사 협조 공문을 발송, 가능 일정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만약 피고발인이 조사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임의 소환 절차를 거치게 되고, 끝까지 거부하면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라 국가 간 사법 공조까지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조계는 쿡 CEO가 국내 검찰에 자발 출두, 조사받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쿡 CEO가 자발로 수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검찰이 취할 수 있는 방안은 △강제 소환 △기소 중지 두 가지다.
검찰은 한·미 범죄인 인도조약에 의거, 1년 이상 실형에 해당하는 형사범 인도 요청이 가능하다. 검사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찰총장을 경유해서 법무부 장관에게 범죄인 인도를 신청하게 된다. 이후 외교통상부를 통해 미국 사법부에 전달된다. 현지에서 요청에 응하면 동일한 절차를 밟아 검사가 범죄인 신병을 인수할 수 있도록 협조하는 방식이다.
조 변호사는 “손괴죄만 하더라도 3년 이상 징역, 7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는 범죄”라면서 “검찰이 소환 조사를 실시할 의지가 있다면 범죄인 인도 요청 절차까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쿡이 끝까지 조사에 응할 이유가 없다고 항변하면 미국에서 이와 관련된 재판이 한 차례 열릴 가능성은 있다고 조 변호사는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인터폴을 통해 한국 소환 조사를 통보할 수 있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 인터폴은 강제수사권이나 체포권이 없기 때문이다.
디시코 대표가 검찰 소환에 응할지도 관심이다. 국내에서 디시코 대표는 베일에 싸여 있는 대표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하버드대 졸업 이후 소니뮤직 엔터테인먼트 아시아, 코치(COACH) 재팬 대표를 거쳐 2014년 5월 애플 재팬 대표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애플코리아 대표도 겸임했지만 대부분 애플 재팬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애플에 정통한 관계자는 22일 “디시코는 서류상 애플코리아 대표일 뿐 국내에는 출장 오는 수준으로 알고 있다”면서 “한국 영업 총괄은 리차드 윤”이라고 전했다.
윤 대표는 애플코리아 공식 입장이 필요할 때마다 등장한 인물이다. 그는 글로벌 컨설팅 전문 기업 매킨지와 태양광 에너지 기업 선에디슨을 거쳐 2013년 4월 총지배인(GM) 직급으로 애플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본사에서 GM은 부장 또는 이사급이지만 국내에서는 경영 전반을 총괄하는 역할이다. 그는 2015년 애플코리아 대표 신분으로 국정감사에 처음 출석했으며, 지난해 국정감사에도 모습을 내보였다.
검찰이 고발 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디시코 대표는 오는 27일 애플스토어 가로수길 오픈 행사에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쿡 CEO와 디시코 대표 수사는 검찰의 의지에 달린 문제”라면서 “만약 피고발인이 검찰 소환 요청에 끝까지 않을 경우 기소 중지 처리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