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명실상부한 '김상조호(號)'로 거듭난다.
부위원장이 새로 임명된 데 이어 실·국·과장급 직원과 비상임위원을 포함한 대규모 인사가 순차 진행된다. 산하기관인 한국소비자원,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수장도 바뀐다. 김 위원장과 변화를 함께 할 인사가 대거 기용될 전망이다.
조사를 맡는 사무처 직원과 심의를 담당하는 상임·비상임위원이 대폭 바뀌며 재벌개혁 등 핵심 정책 추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최근 신설된 기업집단국도 이달 실무자 인사가 마무리 돼 '완전체' 모습을 갖춘다.
21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 18일 지철호 부위원장이 임명되며 순차적으로 공정위 실·국·과장급 직원 인사가 예정됐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작년 6월 취임 후 몇 차례 소폭 인사만 단행했을 뿐 1급을 포함한 대규모 간부급 인사는 한 번도 없었다. 올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공정위 고위직은 '김상조의 사람'으로 대폭 물갈이 될 전망이다.
1급 인사(사무처장 1명, 상임위원 3명) 상당수가 최근 사표를 제출하며 자리 이동이 불가피해졌다. 3명의 상임위원과 함께 사건 심의를 담당하는 비상임위원 총 4명 중 3명이 상반기에 바뀐다. 전원회의에 참여하는 총 9명(공정위원장, 부위원장, 상임위원 3명, 비상임위원 4명) 공정위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바뀌는 것이다.
1급 인사에 따라 국·과장급 직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공정위는 국장급에서 소비자정책국장, 기획조정관 공모를 최근 시작했다. 교육을 마치고 복귀를 기다리는 국장급 직원도 있다. 과장급에서는 특수거래과장, 감사담당관, 고객지원담당관 선임을 작업 중이다.
공정위 인사는 기업에도 큰 관심사다. 국장급 이하 직원은 불공정거래 사건 조사를, 실장급 직원은 사건 심의를 맡기 때문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같은 사건이라도 조사관, 공정위원 성향 등에 따라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다”면서 “누가 어떤 자리에 가는지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산하기관장 인사도 예정됐다. 전임 한견표 소비자원장이 작년 8월에 이미 사표를 제출했다. 조만간 새로운 소비자원장이 임명될 전망이다. 배진철 공정거래조정원장은 오는 3월 3년 동안의 임기를 마무리 한다.
이번 인사를 기점으로 공정위는 재벌개혁 등 핵심 정책에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감시를 전담하는 신설 조직 기업집단국은 이달 실무자 인사를 모두 마무리 한다. 공정위 조사·분석 역량 제고를 위해 확대·신설한 디지털조사분석과도 실무자 배치가 대부분 마무리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당분간은 인사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집중하는 사건, 업무 방식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