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가상화폐거래소, 통신판매업자 아냐”…사실상 규제 법률 전무, 소비자 피해 확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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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상화폐거래소(이하 거래소)는 '통신판매업자'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용자에게 오해의 소지가 있어 거래소가 홈페이지 등에 게시한 통신판매업 신고번호를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관계 당국이 거래소를 통신판매업자가 아닌 것으로 규정함에 따라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상거래법) 적용이 불가능해졌다. 소비자 피해가 발생해도 전자상거래법으로 피해자를 구제하거나 거래소를 처벌할 수 없다. 업계는 가상화폐 관련 소비자 피해가 확산되고 있지만 규제할 마땅한 법률이 없어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16일 공정위 관계자는 “거래소는 통신판매업자도 통신판매중개업자도 아니다”면서 “거래소 홈페이지 등에 통신판매업 신고번호가 게시돼 소비자는 정부 등으로부터 허가받은, 믿을 수 있는 사업자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통신판매업자는 인터넷 쇼핑몰처럼 통신 판매업을 영위하는 사업자, 통신판매중개업자는 당사자 간 통신 판매를 알선하는 사업자를 각각 이른다. 빗썸, 코인원, 업비트 등 주요 거래소는 홈페이지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 통신판매업 신고번호를 게재해 시장에서 통신판매업자로 통용된다.

그러나 공정위는 영업 형태 등이 달라 거래소를 통신판매업자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통신판매업 신고번호는 지방자치단체 등에 간단한 신고 절차만으로 받을 수 있다. 해당 번호가 있다고 통신판매업자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 오해를 우려, 거래소 홈페이지 등에서 통신판매업 신고번호를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거래소는 통신판매업자가 아니라 전자상거래법을 적용할 수 없다. 전자상거래법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통신판매업자 등이 지켜야 할 사항을 규정한 법률이다. 거래소가 소비자 계약 해지를 방해하거나 소비자 정보를 마음대로 이용해도 전자상거래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

또 다른 소비자 관련법의 적용도 모호하다. 소비자기본법은 소비자 보호보다 소비자 권리 규정, 사업자와의 관계 규정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공정위가 거래소의 약관법 위반 여부를 점검하고 있지만 적발해도 제재, 피해자 구제 조치보다 사업자 약관 자진 개선으로 대부분 마무리된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소비자 피해가 발생해도 제재할 마땅한 법률이 없어 정부가 혼란을 겪고 있다”면서 “부처 간에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실토했다.

그러는 사이 가상화폐 관련 소비자 피해는 확산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보름 만에 거래소와 관련한 피해 구제 신청은 총 6건이 접수됐다. 출금 정지·지연, 쿠폰 환불 관련 문제 등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7월부터 다단계 조직을 통한 가상화폐 소비자 피해 제보를 받고 있으며, 이 가운데 사기·유사수신 등 총 12건을 경찰에 수사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화폐 관련 소비자 피해가 급속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부가 관련 법률을 시급히 정비, 문제를 예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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