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외부 상처도 치유하고 강도도 현존 최고 수준의 두 배에 이르는 고탄성 소재가 개발됐다. 그동안 가능성에만 그친 자가 치유 기능 물질의 상용화를 앞당기는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직무대행 정순용)은 황성연·박제영·오동엽 바이오화학연구센터 박사팀이 실온에서 자가 치유 기능이 있으면서 강도도 기존 대비 두 배 수준으로 향상된 신소재 '엘라스토머'의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엘라스토머는 늘어나고 줄어드는 고분자 물질이다.
자가 치유 기능과 강도는 그동안 양립하기 어려운 요소로 여겨져 왔다. 실온에서 기능하는 기존의 자가 치유 소재는 주로 수소 결합을 이용하는 소재를 이용, 내부 고분자가 쉽게 이동할 수 있게 함으로써 치유 기능을 부여한다. 이 때문에 높은 강도를 유지할 수 없어 상용화가 어려웠다.
화학연 연구팀은 강한 소재에 자가 치유 기능을 부여하는데 집중했다. 처음부터 강한 소재를 쓰면 자가 치유 기능을 더해도 상용화가 충분히 가능한 수준의 강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했다.
연구팀은 강도가 센 열가소성 폴리우레탄의 기본 골격에 황 화합물을 첨가, 실온에서 복분해 반응(두 종류의 화합물이 서로 성분을 교환하는 반응)이 잘 이뤄지도록 했다.
또 구조물 내 단단한 부분의 밀집도를 낮추면서 자가 치유 기능에 필수인 '링-플립' 현상이 쉽게 일도록 추가 물질을 적용했다. '링-플립' 현상은 화합물이 의자 모양과 보트 모양으로 입체 구조를 번갈아 가며 바꾸는 현상이다. 고분자의 확산 속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신소재는 절단·재접합 실험에서 2시간 만에 80%의 강도를 회복했다. 실험 6시간 후에는 5㎏의 아령을 들 수 있을 정도의 강도를 보였다.
연구팀은 이 신소재를 자동차 도장, 스마트폰 보호필름, 4차 산업혁명 기술 센서 소재 등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부 흠집의 경우 30분 안에 자동 복구가 가능하다. 공정 추가 없이 이미 상업화된 열가소성 폴리우레탄 소재 공정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황성연 박사는 “상온 자가 치유 기능과 강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연구에 성공했다”면서 “기관 단독 개발 기술이어서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의의를 부여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