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4년 전 300만원 하던 전기차 충전기 가격이 새해 30만원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시장 경쟁에 따라 가격 거품이 빠지기보다는 전기차 업계가 매년 줄어든 정부 보조금을 구매·설치비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국내 충전기 제조사 전부가 중소기업인 상황에 수익성 악화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8일 전기차 업계에 따르면 새해 전기차 완속 충전기(비공용) 보조금이 작년 320만원에서 올해 150만원으로 줄면서 충전기 업계가 30만원 대 제품 출시에 혈안이다. 정부가 충전기(7㎾h급) 구매·설치 보조금 700만원을 지원했던 2014년 당시 300만원이던 충전기 가격이 4년 만에 10분의1로 줄었다.
결국 정부 보조금이 줄면서, 전기공사비 등 고정비용 이외 충전기 완제품 가격만 떨어진 셈이다. 가정용 충전기 전기공사·설치비는 약 70~80만원, 전력 개통을 위해 한국전력공사에 지불하는 한전불입금(50만원) 등 총 고정비는 120~130만원이다. 충전기 보조금(150만원) 총액을 고려하면 충전기 가격을 30만원에 맞출 수밖에 없는 구조다.
환경부는 충전기 보조금을 구매·설치비의 일부 보조명목으로 지원했지만, 전기차 제작사가 매년 줄어드는 보조금에 맞춰 충전기 제조사에게 가격인하 분위기를 조성했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충전기 보조금은 완제품 가격과 설치비 전부를 지원하는 게 아니라 이를 보조하는 지원금일 뿐인데, 전기차 업계가 매년 아무런 지원이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매년 줄어드는 정부는 보조금에 따른 충전기 구매 설치 부담을 전기차 제작사가 아닌 중소기업 제조사만이 떠안은 셈이다.
충전기 업체 한 대표는 “스마트폰을 사면 전자 업체가 충전기를 유료 혹은 무료로 제공하는 게 당연한 일”이라며 “정부 보조금이 매년 줄어드는데도 전기차 제작사는 전혀 부담하지 않기 때문에 올해는 무조건 30만원대에 맞춰 충전기를 생산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충전기 제조 업계는 생산·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하드웨어 방식의 계량기를 저가형 'E타입'을 장착하거나 임베디드 제품으로 대체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장치를 없애고, 충전케이블 분리형 제품 등 각종 편의장치를 최소화한 저가제품 출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또 다른 충전기 업체 관계자는 “우리나라 전기차 시장은 정부 보조금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민간 시장은 생길 수 없는 구조라 차라리 충전기 보조금을 폐지하는 게 제품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