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거래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20대 국회 개원 이후 1년 반이 넘도록 국회 문턱을 넘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단 두 건에 불과하다. 공정거래위원회 소관의 다른 법안 상황도 비슷하다. 갑을문제 해결,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 현안 해결에 나선 공정위의 행보가 국회에 막혀 있다.
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6년 5월 30일 20대 국회 개원 이후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총 70건 발의됐지만 통과된 것은 두 건에 불과하다.
폐기된 3건을 포함해도 공정거래법 처리 비율은 7.1%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전체 법안 처리 비율(26%, 1월 4일 기준 1만891건 가운데 2841건 처리)을 크게 밑돈다. 계류된 92.9%의 개정안 가운데 상당수는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처리되지 않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으로 △대기업의 공익 법인 악용 방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확대 △대기업 감시 강화 △공정위 조사 실효성 제고 △'을'의 담합 금지 규정 적용 배제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일부는 공정위의 정책 과제로도 포함됐다.
공정위 소관의 다른 법률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갑을문제 해결, 규제 공백 해소를 위한 개정안은 다수 발의됐지만 처리 실적은 크게 저조하다.
대형마트·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의 횡포를 막기 위한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이 17건 발의됐지만 한 건만 통과됐다. 갑을문제가 화두로 떠올라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49건이나 발의됐지만 통과는 3건, 폐기가 6건이다. 대리점법 개정안도 11건 발의 가운데 두 건만 통과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해 중순 '갑질'이 사회 문제로 부각되면서 국회의원의 관련 법 발의가 쏟아졌지만 정작 처리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공정 거래 관련 법안의 적체 문제는 올해 더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공정위가 공정 거래 관련 법안을 크게 손질, 연내 통과 목표의 다수 개정안 발의를 앞뒀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법 집행 체계 개선, 집행 역량 강화를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총 11건의 개선 과제를 선정했다. 이 가운데 징벌성 손해배상제 도입·확대, 유통 3법의 전속고발제 폐지 등 5개 과제의 추진 방안을 결정했다. 이달 나머지 6개 과제를 확정, 입법화를 추진한다. 공정거래법 전속고발제 폐지 문제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 밖에 공정위가 지난해 갑을문제 해결을 위해 발표한 3개 종합 대책(가맹, 유통, 하도급)도 다수 법 개정을 수반한다.
공정위는 시행령 개정 등 자체 추진 가능한 과제부터 해결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결국 국회 법 통과 없이는 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국회에 큰 기대를 걸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왔다.
다른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가 다수 입법 과제를 추진했고 앞으로도 계획이 많지만 국회 통과를 낙관할 수 없는 게 사실”이라면서 “국회 협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표> 공정거래위원회 소관 주요 법안 국회 처리 현황(자료:의안정보시스템)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