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절반만 성공한 환경부 전기차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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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 전기자동차 보급 사업의 성과를 한마디로 평가하면 '외화내빈'이다. 정부가 전기차 보급 사업을 시작한 지 5년 만에 처음으로 보조금 물량(1만5000대) '완판' 기록을 세웠다. 매년 60%~70% 수준이던 목표 달성률이 불과 9개월 만에 100%를 달성했다.

그러나 주무 부처인 환경부는 성과에 따른 생색 내기는 고사하고 차량 인도 지연으로 욕은 욕대로 먹고 있다. 이 때문에 2018년도에 계획된 보급 예산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시장 확대를 부추길 새 정책이 힘을 잃게 됐다.

올해 전기차 보조금 예산은 지난해와 비교해 불과 30% 느는 데 그쳤다. 당초 환경부는 보급 사업 로드맵에 따라 올해 3만대 분량의 예산을 요구했지만 기재부는 2만대 이하로 축소했다. 목표치 100%를 달성하고도 계획된 예산을 챙기지 못한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지난해 8월 내년도 예산(안)을 세우는 과정에서 기재부에 보고된 차량 등록수로 따지면 전체 목표량 50%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사전 계약자 수가 이미 80%에 달했다. 정확히 말하면 전기차 보급이 안 된 게 아니라 차량 인도가 늦어진 것이다.

주 원인은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차량의 인도 지연 탓이다. 이 모델은 해가 바뀌었지만 아직도 지난해 물량 3000대 이상이 고객에게 전달되지 못했다.

당시 환경부가 2개월 이내 차량 등록을 마쳐야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규정을 유예했다 . 기재부 입장에서도 당시 분위기는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국 차 인도조차 받지 못하고도 단돈 10만원에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예약한 고객 때문에 르노삼성, 기아차 등 다른 고객들은 전기차를 살 기회 자체를 잃었다. 목표 달성에 급급한 나머지 규정을 유예한 게 오히려 내빈(內貧)을 초래했다.

이 같은 이유로 환경부는 올해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을 차량 등록 중심의 선착순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차량 인도와 상관없이 보조금을 선점하는 잘못된 관행을 막기 위해서다. 보조금 최종 집행자인 전국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를 거치는 절차가 남아 있지만 선착순 방식 도입 의지가 큰 건 분명한 사실이다.

새해 들어 다시 환경부가 흔들리고 있다. 일부 지자체나 전기차 제작사 등 눈치를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예약은 매우 위험한 정책이다. 실제 차량 인도일이 해를 넘긴다면 또다시 피해를 보게 되는 소비자가 발생한다. 준비된 다른 자동차 업계도 판매 전략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100만원이 넘는 예약금을 걸어 놓고도 차량 생산이 지연되고 있는 테슬라 '모델3'를 보자. 테슬라가 계획한 한국 인도 시기가 지난해 말이었지만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들 거대 수요(사전 계약) 때문에 잠재 고객이 늘면서 매년 우리나라 전기차 시장은 몇년째 허수만 존재하고 있다.

이제 우리 전기차 시장이 달라졌다. 더 이상 등 떠밀어서 구매를 부추기던 시절과는 다르다. 오히려 실제 이용자에 기반을 둔 정책과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 환경부는 특정 회사의 눈치를 보지 말고 당당하게 전기차 보급 정책을 펼쳐야 한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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