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삼성전자, LG전자가 미국 정부에 세탁기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의 부당함을 다시 한 번 소명했다. 미국 주정부까지 나서서 관세 부과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 현지에 건설하는 공장 운영에 차질을 줄 수 있다고 지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 수입규제대책반, 삼성전자, LG전자는 3일(현지시간)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서 열린 '세탁기 세이프가드 공청회'에서 관세 부과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가전시장에서 삼성전자나 LG전자 위상을 위축시키고, 사우스캐롤라이나주와 테네시주에 각각 건설 중인 미국 현지공장 운영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 일자리 창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존 헤링턴 삼성전자 미국법인 선임 부사장은 공청회에 출석해 “사우스캐롤라이나 뉴베리에 짓는 공장은 통합된 생산설비로 약 1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내년이면 100만대 이상의 세탁기를 생산한다”면서 “(세이프가드에 따른) 관세는 뉴베리 공장, 우리와 거래하는 소매업체 그리고 소비자에게 심각한 충격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뉴베리로 세탁기 생산을 이전하기 때문에 우리는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만장일치로 권고한 저율관세할당(TRQ)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뉴베리에서 생산을 늘려가는 동안 소매업자와 소비자에게 모든 종류의 제품을 공급하려면 일부 세탁기를 수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세이프가드로 수입에 차질을 빚으면 매장 면적 축소와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 가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헤링턴 부사장은 “어떤 종류의 관세든 궁극적 영향은 결국 미국에서의 생산과 고용, 미국 소비자에게 '루즈-루즈(lose-lose)'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LG전자 역시 공청회 이후 내놓은 성명에서 “LG와 삼성 모두 미국에서 세탁기를 생산할 것이기 때문에 수입 규제는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 “내년이면 북미 시장에 공급하기 위한 LG와 삼성 세탁기 중 수입분은 30%에서 4%까지 떨어질 것”이라면서 “비록 ITC가 120만대 수입 쿼터를 권고했지만 LG는 미국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헌신의 마음을 재확인한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미국 정부에 자기 잇속만 챙기려는 월풀 제안을 거절할 것을 촉구했다. 또 월풀 제안이 테네시주에 해롭고, 미국 일자리를 위태롭게 해 미국 경제에 손상을 입힐 것이라고도 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핸리 맥마스터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랄프 노만 연방 하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주), 킴 맥밀란 테네시 클락스빌 시장 등 미국 주요인사도 참석해 세이프가드가 삼성전자와 LG전자 미국 공장 가동 계획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미국 경제에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