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中'지리차'에 추월당해...동급 차보다 두배 비싼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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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국에서 약 40% 판매 급감한 현대·기아차가 새해에도 구조적 경쟁력 저하 탓에 계속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같은급 차량 가격이 중국 완성차 모델의 두 배에 이를 만큼 가격경쟁력을 떨어진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1일 자동차·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중국 시장에서 토종 완성차 브랜드 지리(Geely)차는 108만여대를 팔았다. 이는 상하이GM, 상하이폭스바겐 등 글로벌브랜드와 합작사가 아닌 중국 토종 완성차업체로서는 가장 많은 판매량이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현대차(북경현대)와 기아차(동풍열달기아)는 지리보다 11만대 이상 적은 97만대를 판매했다.

현대·기아차가 올해 사드 등으로 38%나 뒷걸음질하는 사이 중국 토종 브랜드 지리에 추월당한 것이다.

하나금융투자가 시장조사업체 윈드(Wind) 자료를 분석한데 따르면 2014년 중반 현대·기아차의 중국 시장 월간 판매량은 지리의 6배에 이르렀다. 이후 격차가 점차 좁아지다가, 결국 지난해 2월부터 지리에 역전당했다. 5월 잠시 뒤집었으나 이후 다시 밀리는 상황이다.

이처럼 중국 시장에서 지리기차, 장안기차 등 현지 토종 브랜드 추격에 한국 자동차가 진땀을 흘리는 것은 우선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절대적 열세이기 때문이다.

하나금융투자의 관련 자료를 보면, 1600㏄급 자동차의 경우 현대 '엘란트라'가 중국에서 10만5080위안에 팔리는데, 지리기차 준중형 '진강' 가격은 엘란트라의 45%인 4만7900위안에 불과하다.

여기에 최근에는 기술 수준 차이도 빠르게 줄어드는 추세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지난달 경영자총협회 포럼에서 이런 가격 경쟁력 상황을 소개하면서 “중국 지리차 값이 현대차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볼보 인수 등으로 지리의 기술 수준도 높아져 성능도 현대차의 절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2010년 포드로부터 볼보 승용차 사업부를 인수한 지리는 현재 전기차, 자율주행차 부문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더구나 상용차 제작사 '볼보AB' 지분까지 매입해 대주주 지위를 확보한 상태다.

이런 여러 여건을 종합해 하나금융투자는 현대·기아차의 2019년까지 판매 성장률은 1%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2015년 8.7%에서 지난해 7.7%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세계 시장 내 현대·기아차 점유율도 2018년과 2019년 불과 0.2% 회복한 7.9% 수준에서 정체될 것으로 예상됐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