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 사회를 대표하는 직업군은 '사농공상'으로 압축된다. 관리·농부·공장·상인을 가리키는 개념으로, 백성들의 직업을 네 가지로 구분했다. 조선시대에 이르러 신분 계급으로 고착화됐다. 가장 낮게 처우 받은 분야가 '상인'이다.
신분제가 폐지됐지만 유교시대 관습은 곳곳에 남았다. 자본주의 사회지만 돈을 버는 행위에 대한 가치 평가가 합리타당한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상업화'라는 단어를 꺼내는 순간 모든 의도는 의심의 대상이 된다. 심지어 정의롭지 못하거나 불순하다는 인식까지 녹아든다.
대표 영역이 '데이터'를 다루는 곳이다. 초연결 사회에서 데이터는 무한대로 쏟아진다. 대량 정보를 수집·분석해서 가치 있는 정보를 찾는 것은 4차 산업혁명 대응과 직결된다. 이른바 데이터가 돈이 되는 시대다.
우리나라에서 데이터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강력한 개인정보보호법으로 개인 정보 거래는 원천 금지된다. 이를 통해 금전 이익을 취한다는 발상 자체는 사회 비판에 직면한다.
정보의 상업, 비상업 활용에 가장 민감한 곳은 의료 영역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민간 보험사에 의료 정보를 팔았다는 지적이 국정감사에서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시민단체가 들고 일어났다. 서울대병원과 SK텔레콤이 합작한 헬스커넥트. 이 업체 역시 수년째 데이터 상업화를 이유로 시민단체로부터 비판받고 있다. 정부도 데이터 '상업화'는 금기어이기는 마찬가지다. 연구자 사이에서 상업화 이야기는 순수성을 해친 행위로 간주된다.
비식별화된 개인 정보는 연구 목적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의료 영역에서 의료법, 생명윤리법, 보건의료기본법 등 임상 연구 관련법을 준수할 경우 연구 목적이라 해도 데이터 활용과 제3자 제공이 제한된다.
연구 목적으로 활용이 어려운 상황에서 상업화는 꿈도 못 꾼다. 의료 정보는 개인 맞춤형 치료, 예방 의학 등을 구현하는 핵심 요소다. 연구도 중요하다. 궁극으로 서비스를 구현하려면 기업 참여는 필수다. 상업화는 금기나 천대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건강하고 오래 살고 싶은 본능 구현에 필요한 요소다. 곰곰이 따져볼 일이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