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신년기획]문재인 정부 '혁신성장', '기술혁신'에서 길을 찾아야

“혁신성장은 경제활력은 물론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아주 중요하다. 혁신성장 분야에서 보다 담대한 도전을 주문하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7일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강조한 말이다. '소득주도 성장'과 함께 경제정책 양대 축으로 '혁신성장'을 이끌어 지속성장 경제를 견인한다는 방침이다.

아쉽게도 패러다임을 바꾸는 '킬러앱' 수준의 정책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타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늦게 시동을 걸면서 혁신성장 정책은 덜 조명됐다. 성과를 손에 쥐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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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7일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혁신성장의 속도감있는 추진을 강조했다.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은 공식 행사나 국무회의 등에서 4차 산업혁명, 신성장동력, 혁신성장 중요성을 줄기차게 강조했다. 업계나 시장의 기대치를 한껏 높였으나 정책 추진에는 속도를 내지 못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 출범도 한 달 이상 늦어졌고 혁신성장 추진계획도 출범 7개월이 지나서야 초안이 만들어졌다.

지난달 혁신성장 뚜껑이 열렸다. 정부는 혁신성장과 4차 산업혁명을 이끌 13대 성장동력을 선정했다. 혁신성장동력은 지능화인프라·스마트이동체·융합서비스·산업기반의 4개 분야에 빅데이터, 차세대통신,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드론(무인기), 맞춤형 헬스케어, 스마트시티, 가상증강현실, 지능형로봇, 지능형반도체, 첨단소재, 혁신신약에 신재생에너지까지 총 13개로 추려졌다.

박근혜 정부의 '19대 미래성장동력'과 '9대 국가전략 프로젝트'의 중복 분야를 통합해 재정리했다. 기초연구 단계거나 경제적 기대치가 낮은 분야는 제외했다.

지난 정권에서 다루던 과제를 혁신성장에도 이어서 성장 발전시키겠다는 전략은 정책 연속성 차원에서 높이 평가된다. 다만 정부가 '손에 잡히는 성과' '성공 사례 구체화' 등을 강조하면서 단기간에 사업화할 수 있는 아이템에 치중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혁신성장 정책이 기존 정권의 창조경제와 유사하다는 시각도 있다. 혁신성장이 실질적으로는 창업 중심이기 때문이다. 조선업 등 기존 주력산업의 혁신을 유도하는 부분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정부는 아직 관계부처별 혁신성장동력의 분야별 계획을 구체화하진 않았다. 3월까지 세부 시행계획을 수립한다.

정부부처 관계자는 “집권 2년차인 새해에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을 강조하다 보니 기존 정권에서 해 온 사업 가운데 상대적으로 수월한 과제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을 혁신하고 산업 생태계를 전환할 수 있는 아이템이 얼마나 세부 실행안에 담길 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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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권의 혁신성장과 4차 산업혁명을 이끌 13대 성장동력.

문 대통령도 민간에서 추진할 수 없는 과감한 시도를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첫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혁신성장을 위해선 과감하고 창의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스마트시티 경우 백지상태에서 우리 힘으로 스마트시티 모델을 건설해보고 드론의 경우 드론 전투부대 창설이나 드론 방역단 운용 등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차, 로봇, 인공지능은 어느 나라의 기술이 더 우수한지 세계 경연대회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글로벌 경쟁을 통한 국내 기술경쟁력 강화를 요구한 것이다.

대통령 요구와 달리 실질적으로 청와대 내부에서는 기술 기반 혁신 추진을 꺼린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기술혁신이 가져다주는 기존 산업의 일자리 감소를 우려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는 상황에서 기술혁신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긴 쉽지 않다”며 “혁신성장분야 만큼은 일자리 성과 지표와 직접적으로 연관 지으면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혁신성장동력 육성을 위해 내년 1조5600억원을 포함해 2022년까지 총 7조9600억원을 투자한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55만개 이상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했다.

박재민 건국대 교수는 “혁신성장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를 놓고는 다양한 해석과 시각차가 있지만 세계적으로나 현 정부의 구체적인 정책실행안을 보더라도 '과학기술혁신에 기반한 성장'을 지향하고 있다”며 설명했다. 박 교수는 “국민 경제 발전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어 혁신의 방점을 어디에 둘지에 따라 정책 추진 방향과 범위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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