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4일 발표한 '제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2017~2031년)'은 한마디로 '과감한 탈원전ㆍ탈석탄, 대담한 신재생에너지' 정책이다.
이는 전체 전력에서 어떤 전원이 얼마나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말해 주는 이른바 전원 믹스에 잘 나타나 있다. 전원 믹스는 설비 용량으로 따지는 설비 믹스와 실제 발전량으로 따지는 발전량 믹스로 나눠진다.
우선 설비 믹스를 보면 2017년 원전 19.3%, 석탄 31.6%, 액화천연가스(LNG) 31.9%, 신재생에너지 9.7%에서 2030년에는 원전 11.7%, 석탄 23%, LNG 27.3%, 신재생에너지 33.7%가 된다. 원전과 석탄 비중이 전체의 2분의 1에서 3분의 1로 대폭 줄고 신재생에너지가 급증한다. 발전량 믹스를 보면 2017년 원전 30.3%, 석탄 45.3%, LNG 16.9%, 신재생에너지 6.2%에서 2030년 원전 23.9%, 석탄 36.1%, LNG 18.8%, 신재생에너지 20%가 된다. 문재인 정부가 강조해 온 '신재생 3020'(2030년까지 신재생 비중을 20%로 한다는 구상)의 실현이다.
지난 정부에서부터 지금까지 발표된 에너지 관련 주요 정책을 살펴보면 참으로 난삽하고 기복이 심해 전문가조차 달리 해석하는 구석이 많다. 2014년 1월 제2차 에너지 기본계획(2014~2035), 2014년 9월 제4차 신재생 에너지 기본계획(2014~2035년), 2015년 6월 제7차 전력수급 기본계획(2015~2029년), 2017년 10월 에너지 전환(탈원전) 로드맵이 그러하다.
이번 제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이어 세부 방침이 발표될 '신재생 3020'과 내년에 선보일 제3차 에너지 기본계획에서는 한층 치밀한 논리를 근거로 훨씬 쉽고 일목요연하게 국가 에너지 정책과 전략이 정리돼야 한다. 기본계획 간에 상충이 있거나 모순을 보이면 에너지 정책이 신뢰를 잃기 때문이다.
더욱이 에너지 정책은 장기 성격이어서 정책 입안자들의 책임의식이 떨어지고, 쉽게 바꿀 수 있다는 안이한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정치권도 간섭하려는 유혹이 클 것이다. 장기 시각에서 '금과옥조'로 삼을 수 있는 에너지 정책 수립에 신경 써야 한다.
에너지 정책은 미래를 현재에 집어넣는 것이다. 정책은 미래를 예측하고(forcasting), 거꾸로 미래에서 현재를 바라보면서(backcasting) 미래를 준비하는 복잡한 프로세스를 거쳐 나오는 것이다.
에너지 정책의 핵심은 '에너지 베스트 믹스'에 있다. 이를 위한 기본 관점은 안정 공급 확보, 환경 적합, 시장 원리 활용, 안전 확보, 국민 참여라는 의사 결정 요소로 집약된다.
전문가들은 '3E+S'(에너지 시큐리티, 에너지 이코노미, 환경+세이프티)를 지칭하기도 한다.
한국은 에너지 안전 보장에 매우 취약한 나라다. 에너지 안보는 '한 나라에서 시민 생활과 경제 산업 활동을 위해 필요 충분한 에너지를 합리 가격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안보상 두 가지 점에서 가장 취약한 나라로 분류된다. 우선 에너지 자급률이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원자력을 포함해도 18%에 불과, 주요 국가들과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
게다가 유럽연합(EU)과 같은 동북아시아 에너지네트워크(송전망, 파이프라인)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방문 시 한·중 에너지 협력에 조인한 것도 에너지 네트워크를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선진국들이 에너지 정책을 추진할 때 반드시 체크하는 필수 항목이 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자원 가격의 불안정화와 온실가스 배출, 전기 요금 상승, 경제 성장과 환경의 양립, 화석연료의 조달처 다각화(특히 천연가스와 러시아ㆍ북미 셰일가스), 에너지 절감 시책(건축 분야), 신에너지 정책에 필요한 인재와 기술 확보(고용 창출), 신재생에너지의 가속화 방안 등이다.
에너지 정책에 기책(奇策)은 없다. 전지전능하고 유일한 에너지는 없다. 최선의 방책은 각 에너지원의 강점을 최대한 발휘토록 하면서 약점이 다른 에너지원에 의해 적절히 보완되도록 하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다. 이른바 공급망의 다층 구조다. 탈원전ㆍ탈석탄을 선언한 문재인 정부는 이 점에 유념해야 한다.

곽재원 서울대 공대 객원교수


















